[OSEN=이인환 기자] 축구는 공으로 싸우지만, 이번에는 공 밖의 문제가 더 크다. 이란의 월드컵 출전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결론은 아직 유보. 하지만 방향은 갈라지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16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란의 2026 북중미월드컵 참가 의지를 재확인했다.
윈저 사무총장은 “이란은 AFC 회원 협회이며, 우리는 그들이 월드컵에 참가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동시에 “현재까지는 참가 계획이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표면적으로는 간단하다. 참가 의지 확인. 그러나 그 이면은 복잡하다. 결정권은 어디까지나 이란축구협회에 있다. 그리고 그 협회가 처한 환경은, 축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문제의 본질은 정치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이 월드컵이라는 무대 위로 올라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SNS를 통해 이란 대표팀의 참가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환영받을 수는 있지만, 선수단의 안전을 고려하면 참가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외교적 수사처럼 보이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안전이라는 이름의 ‘제약 가능성’이다.
파장은 즉각적으로 확산됐다. 2026 월드컵은 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 개최다. 이란은 조별리그 일부 경기를 미국 서부, 특히 로스앤젤레스와 시애틀에서 치를 가능성이 있다. 장소가 구체화되면서 논쟁도 현실이 됐다.
이란 내부에서도 시선은 엇갈린다. 도냐말리 체육청소년부 장관은 강경했다. 그는 국영 TV를 통해 “현재 상황에서는 월드컵 참가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단순한 우려가 아니다. 국가적 상황과 직결된 판단이다.
하지만 축구협회의 결론은 다르다. 이란축구협회는 AFC와의 논의를 통해 ‘참가 의지’를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정치와 행정, 두 축이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하나로 수렴된다. 안전을 누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개최국과의 협의, 선수단 보호 조치, 이동과 체류에 대한 안전 보장. 모든 요소가 맞물려야 한다. 단 하나라도 흔들리면, 결론은 바뀔 수 있다.
이란의 상황은 단순한 참가 여부를 넘어선다. 월드컵이라는 글로벌 이벤트가 정치적 변수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스포츠는 중립을 지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는 ‘참가 의지 유지’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 출전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공은 아직 굴러가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장은 이미 긴장 속에 들어섰다. 이란이 북중미 무대에 설 것인가. 아니면 정치가 그 길을 막을 것인가. 이번 월드컵은 시작 전부터 또 다른 싸움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