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자랑스럽게 UFO처럼 생긴 채소를 내민다. 봄동이다. 요즘 봄동 비빔밥이 대세라는 말을 덧붙인다. 빠른 것이 유행이라지만, 요즘 음식 유행 속도는 숨이 찰 정도다. 얼마 전까지는 두쫀쿠의 세상이었는데, 벌써 왕좌를 봄동 비빔밥에 내준 분위기다.
어떤 대상이 유행하는 현상은 심리학에서 밴드웨건 효과로 설명된다. 사람들은 선택의 과정에서 타인의 선택을 일종의 정보로 사용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다는 자체가 그 선택을 더 가치 있게 보이게 한다. 여기에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라는 심리도 작용한다.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을 놓치면 안 된다는 불안, 이른바 소외 공포다.
하지만 유행이 퍼질수록 동시에 희소성도 하락하기 마련이다. 희소성은 뇌에서 보상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유행을 따라 공급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희소성이 사라진다. 더욱이 온라인 공간에서 관련 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되면 심리적 희소성까지 감소한다. 희소성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유행도 끝난다. 정보의 흐름이 빠른 오늘날, 유행의 수명이 짧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도 하겠다.
그래도 이렇게 단기간에 달고 자극적인 두쫀쿠에서 담백한 봄동 비빔밥으로 유행이 넘어가는 것은 흥미롭다.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두쫀쿠 먹다가 몸에 미안해서 봄동 비빔밥 먹었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사실 우리는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항상성의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한쪽으로 치우친 경험을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강한 자극에 끌리다가도, 그 경험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담백하고 가벼운 자극을 찾게 된다.
인간은 균형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음식만의 문제겠는가. 급격히 변화하는 세상 속 강해진 쏠림과 흐름 속에서 우리는 두쫀쿠와 봄동 비빔밥을 오가듯, 나름의 균형을 만들어가며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