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FC 공격수 손흥민(34)의 발끝이 잠잠하다. 지난달 개막한 2026시즌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 4경기 연속 득점 소식이 없다.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 챔피언스컵을 포함하면 7경기에서 단 1골에 그치고 있다.
지난달 18일 챔피언스컵 레알 에스파냐(온두라스)전에서 1골·3어시스트를 몰아쳤지만, 이후 6경기 연속 득점이 없고, 도움만 4개 올렸다. 유일한 득점마저 페널티킥으로, 아직 필드골은 전무하다. MLS 사무국조차 “LAFC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손흥민의 골 가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골침묵 배경에는 지난해 12월 LAFC 수석코치에서 승격한 마크 도스 산토스(49·캐나다) 신임 감독의 전술 변화가 있다. 지난 15일 세인트루이스시티전에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가 아닌, 한 칸 내려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슈팅 2개에 그친 손흥민이 교체아웃된 뒤 미드필더 마티외 슈이니에르의 중거리포 2방으로 2-0으로 이겼다.
LAFC 팟캐스트 운영자 셀소 올리베이라는 “도스 산토스 감독이 도대체 뭘하려는지 모르겠다. 선수들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고, 손흥민은 아무런 목적 없이 경기장을 둥둥 떠나기만 했다”고 감독 전술을 강하게 비판했다. 손흥민이 후방까지 내려와 공을 운반하는 역할까지 맡다 보니 특유의 폭발적인 슈팅과 득점력이 희석됐다는 주장이다. 한 팬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이렇게 활용하는 게 맞느냐. 전술적 희생양”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반면 장지현 해설위원은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장 위원은 “도스 산토스 체제에서 손흥민은 일종의 ‘미끼’이자 ‘도우미’ 역할을 수행 중이다. 지공 형태에서 플레이메이커처럼, 중앙에서 자신을 마크하는 수비를 유인하고 공간 패스를 찔러준다. 그 틈을 왼쪽 윙포워드 부앙가가 대각선 침투하거나, 젊은 미드필더들이 공략하는 형태”라고 분석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토트넘(잉글랜드)에서 LAFC로 이적해 13경기에서 12골(4도움), 거의 경기당 1골을 몰아쳤다. 스티븐 체룬돌로 전임 감독 시절, 빠른 역습으로 ‘흥부 듀오’라 불린 투톱 손흥민과 드니 부앙가에 득점을 몰아주는 형태였다. 지난 시즌 역습의 종결자였다면 올 시즌은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다.
실제로 슈아니에르와 다비드 마르티네스에 득점이 분산되고 있다. 슈아니에르도 “(손흥민과 부앙가가) 수비수들을 끌어 당겨줘 우리 앞에 공간이 생긴다”고 했다. 도스 산토스 감독도 “난 손흥민과 부앙가를 사랑한다”면서도 “한두 명 선수에 의존하는 건 좋은 방식이 아니다. 난 항상 팀, 팀, 팀을 생각한다”고 전술적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LAFC는 MLS 역사상 처음으로 개막 후 4경기 연속 무실점 전승이다. 북중미 챔피언스컵을 포함하면 7경기 연속 무패(6승1무)로 고공행진 중이다.
격투기를 방불케 하듯 상대 견제가 심해진 것도 득점력 저하의 원인 중 하나다. 2라운드에서는 휴스턴 다이너모의 수비수 안토니오 카를루스가 손흥민 왼쪽 발목 뒤쪽 아킬레스건 부위를 심하게 밟아 퇴장당했다.
상대 중앙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가 공간을 주지 않는데도, ‘축구도사’ 손흥민은 어느새 어시스트 7개를 올렸다. 이미 지난 시즌 전체 기록(4어시스트)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아직 시즌 초반인 데다 손흥민은 토트넘 시절에도 전술적 요구에 따라 윙백 역할을 소화하며 위기를 극복한 적이 있다.
홍명보 한국 대표팀 감독도 전날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소속팀에서) 득점은 못 한다고 하지만 분명한 역할이 있다”고 신뢰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