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32·사진)이 6년 만에 다시 서는 한국 마운드에서 성공적인 연착륙을 준비하고 있다.
플렉센은 17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을 5피안타 8탈삼진 1실점으로 막아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2㎞까지 나왔고, 투구 수 82개 중 스트라이크가 60개였다. 직구 37개, 컷패스트볼(커터) 26개, 커브 13개, 포크볼 6개를 섞어 던졌다. 첫 등판이었던 지난 12일 키움 히어로즈전(3과 3분의 1이닝 무실점)에 이어 또 한 번 안정적인 피칭으로 팀에 믿음을 줬다. 김원형 두산 감독은 “선발 투수 플렉센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좋은 투구를 펼쳤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유일한 실점은 4회 나왔다. 강백호와 채은성에게 연속 안타를 내줘 무사 1·2루에 몰린 플렉센은 최인호를 삼진, 하주석을 2루수 땅볼로 유도하고 한숨 돌리는 듯했다. 그런데 이때 투수 앞으로 날아온 이도윤의 땅볼성 타구가 마운드와 플렉센의 다리에 잇달아 맞고 허공으로 높이 튀어 올랐다. 플렉센이 천천히 떨어진 공을 잡아 급히 1루로 던졌지만, 1루수 옆으로 빠져나가는 악송구가 돼 실점했다.
플렉센은 KBO리그 ‘역수출 신화’의 주인공 중 하나다. 2020년 두산과 계약하기 전까지는 꺼져 가는 유망주였다. 메이저리그(MLB) 뉴욕 메츠에서 세 시즌 연속 선발 기회를 얻고도 3승(평균자책점 8.07)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20대 중반 젊은 나이에 한국에 왔지만, 첫 정규시즌 성적도 8승 4패, 평균자책점 3.01로 썩 뛰어나진 않았다. 발등 골절로 두 달 동안 이탈해 승수를 쌓지 못했다.
그런데 가을이 오자 리그 최정상급 에이스로 거듭나는 반전이 일어났다. 10월 성적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5로 ‘예고편’을 내보낸 뒤 준플레이오프 1차전(6이닝 무실점)과 플레이오프(PO) 1차전(7과 3분의 1이닝 2실점)에서 연속으로 탈삼진 11개를 잡아냈다. PO 4차전의 3이닝 무실점 세이브, 한국시리즈 2차전의 6이닝 1실점 역투도 눈부셨다.
플렉센은 그 활약을 발판 삼아 2021년 MLB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했고, 그해 14승(6패)을 올리며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했다. 다만 2023년 이후 네 차례 소속팀을 옮기며 떠돌다 지난해 8월 시카고 컵스에서 방출됐다. 두산은 2026시즌 행선지를 고민하던 그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올해 플렉센은 어깨가 무겁다. 두산은 지난 시즌 9위였다. 시즌 도중 전임 감독이 물러났고, 2022년 SSG 랜더스의 우승을 이끈 김원형 감독을 영입해 재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5년간 MLB 147경기에서 경험을 쌓고 돌아온 플렉센에게 마운드의 기둥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플렉센은 “시범경기 등판이 한 번 남았는데, 그때 투구 이닝을 더 늘리면 개막 준비가 끝날 것 같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