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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새 25% 폭발한 유가…‘산유국’ 미국의 검은 눈물

중앙일보

2026.03.17 08:02 2026.03.1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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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eport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촉발된 ‘기름값 쇼크’의 청구서가 미국으로 빠르게 배달되고 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갤런당 8달러를 넘는 초고가 주유소까지 등장했다. 유가 상승 충격의 파편이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 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에서도 비명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소매가격은 갤런당 3.76달러로 집계됐다. 2023년 10월 이후 약 2년5개월 만의 최고치다. 특히 지난달 28일 이란 관련 충돌 이후 불과 보름여 만에 약 25% 급등하며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미 악시오스는 “미국 피닉스 지역에서 갤런당 4달러 이하의 주유소를 찾기 힘들다”며 이미 체감 휘발유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인 4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부 주유소에서는 일반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8.3달러(L당 약 3280원)에 이르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캘리포니아는 엄격한 환경 규제와 공급 구조로 인해 원래도 미국 내에서 휘발유 가격이 높은 지역이다. 통상 한국과 유사한 가격대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이란 사태 이후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LA 평균 가격 역시 갤런당 5.37달러(L당 약 2118원)까지 상승해, 약 1490원의 환율을 적용하면 한국을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큰 것은 가격 결정 구조의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지난 12일 최고가격제를 도입하고 유류세 조정 등 정책 개입을 통해 가격을 일정 부분 통제하고 있다. 일본 역시 정부 보조금을 통해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구조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은 가격이 시장에 맡겨져 있어 국제 유가 상승분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소비자가격에 반영된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휘발유 가격은 미국에서 ‘실시간 물가지표’로 불릴 만큼 민감한 변수다. 가격이 급등할 경우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체감 부담이 빠르게 확대된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상승 책임론’이 부각될 경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경우,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등 완화적 정책 기조와의 충돌로 정책적 운신의 폭도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 메시지가 흔들릴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기름값 쇼크’는 한국으로도 불똥이 튈 수 있다. 미국 내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고 소비를 위축시킬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자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다. 글로벌 성장 둔화가 겹치면 한국 경제 성장률에도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한국이 시행하고 있는 유류 도매가격 상한제 같은 인위적인 가격통제가 단기적으로는 약발을 내겠지만,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많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되면 주요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할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환율 상승과 자본 유출 압력이 커지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국내 물가 상승 압박은 더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이 집계한 2월 수출입물가지수(원화 기준)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전월보다 1.1%, 전년보다 1.2% 각각 상승했다. 용도별로 보면 원유 등을 포함한 원재료가 전월보다 3.9% 오르며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중간재는 0.2% 올랐는데, 이 중 석탄·석유제품의 상승 폭(4.8%)이 가장 컸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원유(9.8%)·나프타(4.7%)·제트유(10.8%) 등이 큰 폭으로 뛰었다. 한국 경제와 관련성이 큰 두바이유가 1월보다 10.4%가량 오르면서 수입물가를 끌어올렸다. 수입물가는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연속 오름세다.

여기에 이달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월평균보다 1.4%가량 상승(원화가치는 하락)하면서 수입물가를 밀어 올리는 중이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수입 물가가 소비자물가에 전이되는 시차는 품목 성격에 따라 다르다”며 “국제 유가 오름세는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중심으로 소비자물가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물가가 오르면 국내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의 생산비용이 비싸지면서 수출도 위축된다. NH금융연구소는 만일 전쟁으로 인한 영향이 3개월 이상 지속한다면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하고, 1년 이상 지속할 경우 연간 경제성장률이 0%대로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석유·가스를 연료나 원료로 직접 사용하는 업종에 집중되던 피해가 도소매·음식점·숙박·건설 등 내수 산업 전반으로 점차 확산할 수 있다”며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는 한편 수출과 소비가 동반 위축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이 심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다영.오효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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