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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헌 시동 건 이 대통령, 분권형 개헌의 길 개척해야

중앙일보

2026.03.1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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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개헌에 힘을 실으면서 개헌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의 개헌안을 언급하며 “일리 있는 제안이어서 정부 차원에서 공식 검토하고 입장도 좀 정리해 가자”며 “단계적·점진적인 개헌도 한번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우 의장은 지난 10일 “개헌의 문을 열자”며 세 가지 개헌안을 제시했다. 비상계엄 국회 통제권 강화,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지역 균형발전 정신 헌법 반영 등이다. 이 대통령은 여기에 부마항쟁도 헌법 전문에 추가하자며 정부 부처에 검토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개헌의 물꼬를 트겠다고 나선 것은 의미가 크다. 개헌이 시대적 과제라면서도 정작 실행은 나 몰라라 했던 정치권에도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헌법개정안 발의권을 가진 대통령과 개헌안을 의결하는 입법부의 수장이 비록 부분적인 개헌이긴 하지만 뜻을 모으고 시민사회가 반기는 상황은 1987년 개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단계적·점진적’이라는 전제도 의미가 깊다. 개헌의 물꼬를 튼 이후에 1987년 헌법 체제를 시대 변화에 맞게 바꾸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현행 헌법은 39년 전 민주화 투쟁으로 얻어낸 역사적 성과가 분명하지만, 권력을 독점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적지 않았다. 급기야 망상적인 비상계엄 사태까지 목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제헌절 연설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개헌을 거론한 이 대통령은 “계절이 바뀌면 옷을 갈아입듯, 우리 헌법도 달라진 현실에 맞게 새로 정비하고 다듬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대선 공약에선 대통령 4년 연임제와 결선투표제 등 권력구조 개편을 강조했고,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 과제 중 첫 번째가 ‘진짜 대한민국을 위한 헌법 개정’이었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 대부분이 승자독식의 권력 시스템이 진영 갈등을 격화시켜 대립을 일상화하고 국민 통합을 저해했다는 데에 동의할 것이다.

개헌 논의는 늘 용두사미였다. 권력을 잡기 전에는 적극적이었다가 권력을 잡으면 후순위로 밀렸다. 이번엔 거대 여당의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뜻을 모았으니 과거와는 다를 것이다. 6·3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여야가 대승적으로 협력하길 바란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의 미래가 달린 분권형 개헌에 대한 숙의도 이뤄져야 한다. 어렵고 긴 과정이겠지만,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향한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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