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머릿속에 정확한 주한미군 규모는 얼마일까. 분명한 건 주한미군 규모는 그대로인데 트럼프가 꾸준히 규모를 부풀려 말해왔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한국·일본 등을 재차 언급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호위 작전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 협조 요청의 근거는 주한미군이었다. 트럼프는 “우리는 일본에 4만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 한국에 4만5000명, 독일에도 4만5000~5만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각국의 미군 주둔 규모에 대한 트럼프의 언급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 주일미군은 5만명, 주한미군은 2만8500명, 주독미군은 3만5000명 규모다. 한국은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중단하고 병력 수준을 2만8500명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한 뒤 해당 규모를 유지해왔다.
본지가 과거 주한미군 병력과 관련한 트럼프의 직접 발언을 분석한 결과 트럼프가 상황에 따라 규모를 부풀려 말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트럼프는 최근 10년 새 주한미군 규모를 2만8000명→3만2000명→4만명→4만5000명으로 불려 말했다.
가장 적은 숫자는 트럼프 1기(2017~2020년)를 앞둔 대통령 선거 유세 현장에서 나왔다. 트럼프는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 현장에서 “우리는 남북한 사이에 군인 2만8000명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CNBC와 인터뷰에서도 같은 숫자를 반복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뒤로는 숫자를 늘려 말했다. 2017년 11월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선 주한미군을 “3만3000명”이라고 언급했다. 2018년 공화당 행사에선 주한미군 규모를 “3만2000명”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압박하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2019년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앞두고 한국을 압박하는 과정에선 “4만명”을 언급했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로는 숫자를 줄여 말하기도 했다. 2023년 3월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주한미군 규모를 “3만5000명”이라고 적었다. 대통령이 아니었을 때 그나마 실제 규모에 가깝게 언급한 셈이다.
주한미군 4만명대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건 다시 대선을 앞두고서다. 2024년 10월엔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 지급기)’에 비유하며 자신이 대통령이라면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 100억 달러를 지불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 규모를 4만명으로 언급했다. 올해부턴 “4만5000명”이 등장했다.
트럼프의 평소 발언에 오류가 잦은 만큼 단순 실수일 수 있지만, 구체적인 숫자라 ‘견강부회(牽强附會)’일 가능성이 높다. 주한미군 규모가 18년 가까이 바뀌지 않은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탠다. 주한미군 규모가 클수록 동맹으로서 미국의 부담이 크게 비칠 수 있는 만큼 한국과 각종 협상에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