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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여사 옷값 의혹도…재고발→무혐의→법왜곡죄 고발, 현실 됐다

중앙일보

2026.03.17 13:00 2026.03.1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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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왜곡죄 도입이 시민단체의 고발과 맞고발, ‘소급 고발’ 등 연쇄적인 법적 분쟁을 낳고 있다. 소급 처벌 금지 원칙을 피해 과거 사건에도 ‘법왜곡죄’ 적용이 가능한 방법 역시 개발되고있다. 김정숙 여사의 ‘옷값 의혹’ 역시 그 대상 중 하나다.



꼬리를 무는 법왜곡죄 고발…기발한 발상이 현실로

'법왜곡죄' 1호로 고발된 조희대 대법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법왜곡죄는 지난 12일 시행과 동시에 전방위적 고소·고발의 수단이 되고 있다. 전날 3대 특검(내란특검·김건희특검·순직해병특검) 관계자 26명과 오동운 공수처장, 이재승 차장을 법왜곡죄로 고발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추가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서민위 관계자는 경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데 대해 “무혐의 처분한 경찰 수사관에 대해 법왜곡죄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김 여사 무혐의 처분은 지난 2월이라 이에 대한 고발은 소급입법에 의한 처벌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그러나 서민위는 “같은 범죄로 재고발한 뒤, 경찰이 기존 수사 결과에 따라 무혐의 처분하면 그걸 법왜곡죄로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소급 고발’ 지적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고발 사유를 만들려는 목적으로 재고발을 하겠다는 취지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기존에 불송치나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 해서 재고발을 못 하는 건 아니다”라며 “재차 나온 판단의 결과가 같더라도, 이에 대해 법왜곡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2019년 9월 25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미국 순방을 마치고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을 떠나며 환송인사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법왜곡죄 시행 첫날 조희대 대법원장과 박영재 대법관이 법왜곡죄로 고발된 데 이어 이를 역고발하겠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법왜곡죄로 고발한 건을 경찰이 송치하면, 그때 송치한 경찰을 법왜곡죄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고소·고발이 정치적 사건을 넘어 일반 형사사건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한 변호사는 홍보 블로그에서 “뉴스에서 보도된 ‘법왜곡죄’에 대해 묻는 의뢰인 분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검사가 증거를 고의로 숨겼거나, 판사가 법리를 명백히 비틀어 판결했다면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했다.

다만 고소·고발 남발을 막기 위한 장치는 전무한 실정이다. 법왜곡죄 고소에 무고죄로 맞대응할 가능성도 있지만, 죄가 인정되기는 힘들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나는 법을 왜곡했다고 믿고 고소했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무고죄 입증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재판소원은 보너스 스테이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비치된 헌법소원심판청구서와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심판 청구 안내문. 뉴스1
함께 시행된 재판소원법을 둘러싸고는 청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6일 이호동 변호사(국민의힘 경기도의원)는 헌재에 경기도 안성시 소재 한 향교를 대리해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향교는 안성시의 보조금 취소 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냈으나 지난 12일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향교 측이 상고의 요건이 되지 않는데도 상고했다고 봤다. 그러나 향교 측은 판결이 헌법상 평등권·재산권·재판청구권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 도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헌법소원은 인지대(수수료)도 없고 송달료도 들 것이 없고, 패소 시 상대방 변호사 보수를 물어줘야 할 리스크도 없다”며 “그냥 보너스 스테이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일 헌법재판소가 ‘네 줄’로 각하해버리면 제도 취지가 무색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지난 13일에도 유사한 취지의 재판소원이 접수됐다. 청구인 3인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송철호 전 울산시장 선거캠프 측에 불법 정치자금 1000만원 건네고, 물류 단지 용도 변경 청탁 대가로 5000만원을 받은 등의 혐의로 지난달 13일 유죄를 확정받았다. 이들은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가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은 구체적이지 않아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취지로 재판 취소를 구했다.

일부 변호사들은 패소해도 금전적 손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재판소원을 홍보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홍보 블로그에 “헌법재판에서는 패소하더라도 상대방(법원)의 변호사보수를 부담하지 않는다”며 “인지대도 국가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법적 구제의 문을 제대로 통과하려면 반드시 헌법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마지막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재판소원은 30일 이내 확정 판결을 받은 건들 가운데 보충성의 요건을 충족한 사건을 대상으로 하지만, 게시글에는 이같은 설명은 없었다.

17일 헌재에 따르면 16일까지 헌재에는 재판소원 68건이 접수됐다. 아직 가처분과 본안 사건을 포함해 결정이 나온 건은 없다. 헌재는 접수된 사건들 중 요건이 되지 않는 사건들을 골라낼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20일에는 선별 기준을 논의하기 위한 내부 발표회를 준비 중이다.




최서인.김성진.조수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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