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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습비 34만원, 자습실비 72만원"…통계 피해가는 대치동 '꼼수'

중앙일보

2026.03.17 13:00 2026.03.1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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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처음으로 60만원을 돌파한 가운데 서울 강남구 대치동 등 주요 학원가에선 통계에 잡히지 않는 ‘꼼수 학원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는 학원비 특별점검 등 단속을 강화하겠단 계획이지만, 규제 중심의 사교육비 대책엔 한계가 있단 지적이 나온다.

1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시내 일부 입시학원이 교습비를 넘어서는 금액의 자습실 이용료 등 추가 비용을 학부모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치동 학원가의 A 입시학원은 과목별 교습비가 4회당 34만원인데, 자습실 이용료는 월 72만원에 달한다. 대치동의 B 입시학원에선 수학 정규 강의와 자습실, 주 1회 학업 컨설팅을 패키지로 구성해 월 137만원에 판매한다. 현행 학원법에 따르면 학원 운영자는 교육청에 과목별 교습비를 신고해야 하지만, 이 외에 자습실 이용료 등 추가 비용은 신고 의무가 없다.

학부모들은 자습실 비용이 ‘꼼수 학원비’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고2 자녀를 둔 서울 동작구 주민 이모(48)씨는 “(자녀가) 학교 끝나면 차 타고 40~50분씩 이동해 대치동 학원에서 야간 수업을 듣는다”며 “지역 학원엔 없는 대치동 모의고사나 ‘주간지’(주간 단위 문제집) 등 자료를 얻기 위해 멀리 학원을 보내는 건데, 핵심 자료는 자습실을 등록해야만 받을 수 있다고 하길래 추가 비용을 결제했다”고 말했다. 강남권 고교 2학년 박준영(17·가명)군은 “공부하기엔 집 앞 독서실이 더 편하지만, 강사에게 질의응답을 하거나 중요한 자료를 확보하려면 자습실을 등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모의고사 응시료나 수업 교재 비용도 학원비 부담을 키운다. 고3 자녀 학부모인 김모(46)씨는 “과목 4개에 자습실 이용료까지 더해 월 250만원 정도 학원비를 쓰는데, 매월 30만~40만원씩 교재비를 추가로 낸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강료가 몇 만원 오를 때마다 그 다음날이면 항상 이름 모를 교재비를 입금하라는 안내 문제를 받는다”라며 “겉으론 수강료를 조금 올렸다고 하지만, 사실상 교재 비용으로 학원비 인상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문고를 졸업한 뒤 재수를 준비하고 있는 한승우(19·가명)씨는 “매달 10만~20만원씩 내면서 학원 모의고사 비용이 청구된다”며 “다 풀지 못할 때도 있지만, 중요한 자료를 놓치고 나중에 후회할까 봐 일종의 보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 참여 학생 1인당 사교육비 그래픽 이미지. 자료 교육부
대학 입시 전문가들은 학원이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사립대의 한 입학사정관 김모씨는 “최근 사교육 시장에선 이미 높아진 강의료 대신 각종 학습 자료비 등 부대 비용을 통해 수익을 확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는 구조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대학 입시 정책 방향을 봤을 때 특정 자료나 콘텐트에 의존하는 방식의 학습은 결코 입시에 유리하지 않다. 중요한 건 학교 교육과정 속에서 자신의 학습을 스스로 설계하고 꾸준히 실천하는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이라고 말했다.



정부, 사교육비 단속 강화

한편, 정부는 학원비 물가를 잡기 위해 사교육비 단속을 강화한단 계획이다.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26일 ‘학원비 관리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4월까지 교습비 상위 10% 학원 중 교습비 상승률이 높은 학원 등을 대상으로 특별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학원이 신고한 교습비를 넘어서 초과 교습비를 받거나, 차량비·급식비·기숙사비 등 기타경비를 과도하게 받지 않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지난달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사전 브리핑에서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가 학원비 개선 관리방안 등 설명하는 모습. 뉴스1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사교육비를 쓰는 학부모의 관심사는 ‘학원비가 얼마냐’가 아니라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느냐’가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학원비를 단속하고 규제한다고 해도 별다른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수백만원씩 써서 재수·삼수를 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의 믿음과 한 줄 세우기식 입시 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오삼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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