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처음으로 60만원을 돌파한 가운데 서울 강남구 대치동 등 주요 학원가에선 통계에 잡히지 않는 ‘꼼수 학원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는 학원비 특별점검 등 단속을 강화하겠단 계획이지만, 규제 중심의 사교육비 대책엔 한계가 있단 지적이 나온다.
1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시내 일부 입시학원이 교습비를 넘어서는 금액의 자습실 이용료 등 추가 비용을 학부모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치동 학원가의 A 입시학원은 과목별 교습비가 4회당 34만원인데, 자습실 이용료는 월 72만원에 달한다. 대치동의 B 입시학원에선 수학 정규 강의와 자습실, 주 1회 학업 컨설팅을 패키지로 구성해 월 137만원에 판매한다. 현행 학원법에 따르면 학원 운영자는 교육청에 과목별 교습비를 신고해야 하지만, 이 외에 자습실 이용료 등 추가 비용은 신고 의무가 없다.
학부모들은 자습실 비용이 ‘꼼수 학원비’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고2 자녀를 둔 서울 동작구 주민 이모(48)씨는 “(자녀가) 학교 끝나면 차 타고 40~50분씩 이동해 대치동 학원에서 야간 수업을 듣는다”며 “지역 학원엔 없는 대치동 모의고사나 ‘주간지’(주간 단위 문제집) 등 자료를 얻기 위해 멀리 학원을 보내는 건데, 핵심 자료는 자습실을 등록해야만 받을 수 있다고 하길래 추가 비용을 결제했다”고 말했다. 강남권 고교 2학년 박준영(17·가명)군은 “공부하기엔 집 앞 독서실이 더 편하지만, 강사에게 질의응답을 하거나 중요한 자료를 확보하려면 자습실을 등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모의고사 응시료나 수업 교재 비용도 학원비 부담을 키운다. 고3 자녀 학부모인 김모(46)씨는 “과목 4개에 자습실 이용료까지 더해 월 250만원 정도 학원비를 쓰는데, 매월 30만~40만원씩 교재비를 추가로 낸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강료가 몇 만원 오를 때마다 그 다음날이면 항상 이름 모를 교재비를 입금하라는 안내 문제를 받는다”라며 “겉으론 수강료를 조금 올렸다고 하지만, 사실상 교재 비용으로 학원비 인상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문고를 졸업한 뒤 재수를 준비하고 있는 한승우(19·가명)씨는 “매달 10만~20만원씩 내면서 학원 모의고사 비용이 청구된다”며 “다 풀지 못할 때도 있지만, 중요한 자료를 놓치고 나중에 후회할까 봐 일종의 보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입시 전문가들은 학원이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사립대의 한 입학사정관 김모씨는 “최근 사교육 시장에선 이미 높아진 강의료 대신 각종 학습 자료비 등 부대 비용을 통해 수익을 확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는 구조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대학 입시 정책 방향을 봤을 때 특정 자료나 콘텐트에 의존하는 방식의 학습은 결코 입시에 유리하지 않다. 중요한 건 학교 교육과정 속에서 자신의 학습을 스스로 설계하고 꾸준히 실천하는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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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교육비 단속 강화
한편, 정부는 학원비 물가를 잡기 위해 사교육비 단속을 강화한단 계획이다.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26일 ‘학원비 관리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4월까지 교습비 상위 10% 학원 중 교습비 상승률이 높은 학원 등을 대상으로 특별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학원이 신고한 교습비를 넘어서 초과 교습비를 받거나, 차량비·급식비·기숙사비 등 기타경비를 과도하게 받지 않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사교육비를 쓰는 학부모의 관심사는 ‘학원비가 얼마냐’가 아니라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느냐’가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학원비를 단속하고 규제한다고 해도 별다른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수백만원씩 써서 재수·삼수를 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의 믿음과 한 줄 세우기식 입시 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