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7일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지휘ㆍ감독권을 삭제하는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기준 2만 1263명 규모의 특사경은 앞으로 금융ㆍ노동ㆍ환경ㆍ세무ㆍ보건 등 각 분야에서 검사의 통제 대신 각 기관장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관할 아래 수사권을 행사하게 된다. 특사경은 대부분 일반 행정직 공무원으로, 법적 전문성이 떨어지고 수사 경험이 부족해 검사의 수사 지휘마저 받지 않을 경우 일선 수사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공개한 ‘검찰개혁 재수정안(공소청법ㆍ중수청법)’을 “국민들이 많이 우려하고 걱정했던 독소조항을 삭제하고 수정하고 고친 안”이라고 자평했다. 이번 재수정안은 법무부가 지난 1월 공개한 초안과 지난달 24일 재입법예고한 수정안에 이어 민주당이 구체적 조항을 손질한 세 번째 법안이다. 정 대표는 특히 “혹시 모를 공소청 검사의 수사 지휘 및 개입 여지와 관련된 여러 조항을 삭제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오는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수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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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수사 이뤄져도 제어장치는 없어
민주당은 재수정안에서 공소청법에 담긴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검사의 권한을 축소했다. 이에 따라 향후 검사는 각 정부 부처 등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소속 특사경이 수사 과정에서 위법한 방식으로 증거를 수집하거나 인권 침해적 수사를 이어가도 이를 제지하거나 수사 방향을 제시하는 등의 지휘에 나서기 어렵다.
정부는 1956년 산림ㆍ해사ㆍ전매ㆍ세무 등 특수 분야의 범죄 단속ㆍ수사를 위해 해당 분야 공무원을 수사에 투입하는 특사경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금융ㆍ노동ㆍ환경ㆍ식품ㆍ보건 분야까지 확대되며 전문 지식을 갖췄다는 장점이 있는 특사경이지만 정작 범죄 행위를 수사할 기초적인 절차나 형사 사법 체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검사의 수사지휘는 이같은 빈틈을 보완하면서도 특사경이 각 분야의 비리나 범죄를 현장에서 신속하게 단속ㆍ수사하는 협력 체계로 발전해 왔다.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삭제하면서도 특사경의 경우 여전히 검사의 수사지휘 아래 둔 것은 수사 관련 전문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각 부처ㆍ기관ㆍ지자체 등에 조회한 의견에서도 검찰개혁과 별개로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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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의 질 하락 심각…송치사건 절반은 불기소
특사경이 각 부처와 지자체에 보편화하며 그 규모가 늘어난 탓에 검사의 수사지휘 하에서도 이미 수사의 질 하락은 심각한 수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대검찰청이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특사경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 7만 2835건 중 기소로 이어진 경우는 3만 2765건(45%)에 그쳤다. 특사경이 수사한 사건 중 절반 이상은 범죄가 아니거나 범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운 사건이었다는 의미다.
특사경 다수가 수사 비전문가란 점이 핵심 이유로 꼽힌다. 2024년 기준 전체 특사경 중 48%가량은 수사 경력 1년 미만이었다. 행정 공무원이 순환직으로 특사경을 맡는 특성상 2년 이상 근무한 장기근속 인원 비율은 35.3%에 불과했다.
부실 수사와 불법 수사 우려도 나온다. 특사경 지휘 경험이 있는 부장검사는 “지금은 특사경이 입건 단계부터 검사 지휘를 받아 수사의 방향을 잡아왔는데, 수사지휘권이 사라지면 모든 통제가 사라지고 수사를 다 끝낸 뒤에 결과만 검사에게 넘기는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사경은 행정 공무원 중심 조직이기 때문에 범죄 혐의와는 무관하게 행정 목적에 따라 무리하게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거나 반대로 범죄 혐의가 있음에도 사건을 덮어버리는 상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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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정적 제거용 활용 우려
검사가 아닌 각 부처와 지자체 내부에서 특사경을 통제하는 제도를 신설할 경우에도 문제는 여전하다. 정부 부처의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특사경 수사를 지휘한다면 이는 비법률가가 형사절차에 관여하고 통제하는 방식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상명하복식 위계질서가 강한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수사에 대한 상관의 외압이나 부당한 수사 지시가 내려와도 특사경은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 정치인 출신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마음만 먹는다면 정적을 제거하거나 상대 당 정치인을 압박하는 용도로 특사경의 수사권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금융감독원 특사경은 다음 달부터 '인지수사권'까지 확보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등 금융 범죄에 대해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됐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인 이근우 가천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사경에 대한 지휘 체계 자체가 무너지면 결국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직제상 상급자가 특사경 수사를 지휘하기 되고, 이는 결국 부처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특사경을 지휘하게 된다는 의미”라며 “특사경 수사지휘권 박탈은 아무런 대책 없이 저지른 무시무시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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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 '깜깜이 수사' 현실화…입건 요구권도 삭제
민주당은 공소청 검사의 힘을 빼는 또 다른 수정 사항으로 중수청의 수사 개시 통보 조항도 삭제했다. 기존 정부안엔 중수청 소속 수사관에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경우 수사 경과와 범죄사실 요지 등을 공소청 검사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해당 조항이 공소청 검사와 중수청 수사관을 상하 관계로 규정할 소지가 있다며 이를 삭제했다. 공소청 검사는 중수청에서 송치한 사건과 관련 추가 수사 필요성을 발견할 경우 중수청에 입건을 요청할 수 있는 ‘입건 요구권’ 역시 이번 재수정안에서 지웠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같은 재수정안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수사와 기소 분리”라고 설명했지만 수사 실무의 관점에선 중수청 수사가 통제받지 않는 ‘깜깜이 수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중수청에서 다루는 사건의 경우 공소청에 송치하기 전까지 누구의 어떤 혐의를, 어떤 방식으로 수사하는지에 대한 수사 내용이 일체 외부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중수청에 대한 검찰의 통제 장치가 사라지면서 사건을 아예 입건하지 않거나, 일부만 입건하고 나머지를 누락하거나, 입건 후 뭉개는 경우를 통제할 수단이 사라질 수 있다”며 “결국 1차 수사기관이 사실상 모든 권한을 갖게 되고, 중수청이 악의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는 경우뿐 아니라 단순한 수사 과정의 실수나 누락도 교정이 어려워지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중수청의 경우 수사 대상인 6대 범죄(부패ㆍ경제ㆍ방위사업ㆍ마약ㆍ사이버ㆍ내란ㆍ외환) 조항이 한층 세분화됐고, 사법 개편 3법(재판소원ㆍ법왜곡죄ㆍ대법관증원)에 따라 법왜곡죄 역시 추가적인 수사대상에 포함됐다.
검찰개혁의 핵심 쟁점인 검찰 보완수사권은 이번 당ㆍ정ㆍ청 협의에서 결정하지 않고 논의 과제로 미뤘다. 보완수사권은 공소청법ㆍ중수청법과는 별개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로, 현재 검찰개혁추진단에서 토론회 등을 통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