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북 구미 새마을중앙시장에서 만난 김태분(64)씨는 싸늘했다. 같은 시각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선 이철우 경북지사를 제외한 경북지사 예비경선 후보자 비전 토론회가 열렸지만 무관심을 넘어 냉담한 반응이었다. 실제 15일부터 이틀 동안 안동·구미·포항·경주에서 만난 도민들은 토론회 개최 여부조차 몰랐다. 누가 출마했는지도 관심 밖이었다. 안동의 택시 기사 박대기(56)씨처럼 “국민의힘에서 아무나 될 낀데, 뭐하러 관심을 가집니까” 같은 대답만 되풀이될 뿐이었다.
포항 택시기사 손일(73)씨는 “여기는 미우나 고우나 국민의힘이 깃발을 꽂겠지예”라며 “그렇다고 후보군이 만족스러운 건 아닙니데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북지사에는 이철우 지사뿐만 아니라 임이자 의원, 김재원 최고위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백승주 전 의원, 이강덕 전 포항시장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부 도민은 경직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밝게 인사하다가도 정치 현안을 물으면 급격하게 굳었고, 지지 정당을 묻는 질문엔 타박을 주기도 했다. 경북의 서늘한 민심은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는 듯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지역소득’에 따르면 경북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는 5320만원으로 전국 평균(4960만원)을 웃돌기는 했다. 하지만 포항과 구미의 대규모 산단을 포함해 실제 지역 경기는 상당히 침체됐다는 게 민심의 목소리였다.
포항 죽도시장의 자영업자 장재우(74)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돌아오셔도 경북은커녕 포항도 못 살린다카는 판인데 국민의힘은 술 먹고 난리를 치고 있지예”라며 “(국민의힘은) 아버지 같은 존재니까 가만히 있지만 속은 버글버글(부글부글) 끓습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홍을 두고도 따끔한 일침이 쏟아졌다. 경주에서 만난 김철수(73)씨는 “맨날천날 갈라져서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했다. 택시기사 신광주(75)씨도 “뭉치고, 또 뭉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한동훈 전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 징계 문제엔 입장이 갈렸다. 김씨는 “장동혁이 한동후이 제명하고 그 똘마니들도 혼내고 잘하고 있다”고 했지만, 신씨는 “한동후이도 쫓아내믄 안 된다. 미운 놈도, 좋은 놈도 다 합쳐야 한다”고 했다. 이런 분열상을 두고 안동에서 25년째 떡집을 운영한 이인자(57)씨는 “윗사람들 때문에 당원들도 뿔뿔이 흩어져서 ‘니가 맞다, 내가 맞다’카는 꼬라지가 뭡니꺼”라며 “이번에 한 번은 폭삭 망해야 모두 정신을 차릴낍니더”라고 했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도입한 이른바 ‘한국시리즈 경선’에도 구미 건어물상인 백진구(57)씨는 “별로 의미가 없는 거 같은데예”라고 했다. ‘한국시리즈 경선’은 비현역 후보들 간에 경선을 거쳐 1등을 정하고, 그 후보가 이철우 지사와 결선에서 맞붙는 제도를 뜻한다. 혈액암 투병 중인 이철우 지사를 두고는 “당선돼도 억지로 하다가 도정 공백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최승준씨)는 우려도 있었다.
국민의힘에 혀를 차는 도민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여당에 마음을 연 분위기는 아니었다. 과거와 달리 경제를 살린다면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할 용의가 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경북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에서 만난 김대연(66)씨는 “이재미(이재명) 고향예? 말도 마이소. 챙기긴 뭘 챙기요?”라고 쏘아붙였다. 구미서 만난 김용기(61)씨도 “대구에는 김부갬(김부겸)씨라도 나오지, 여기는 그냥 던져둔 거나 다름없다”고 했다. 구미시민 김세영(26)씨는 “친구들이 모두 도시를 빠져나가고 없다”며 “너무 침체가 길어지다보니 좀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오중기 전 문재인 청와대 행정관이 경북지사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