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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이름만 빼고…與강경파 입맛대로 뜯어고쳤다

중앙일보

2026.03.17 13:00 2026.03.1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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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뉴스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법 최종안을 발표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기자회견을 열고 “당·정·청이 요란하지 않게 긴밀히 조율해 하나의 협의안을 마련했고, 1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검찰개혁을 향한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로 수사·기소 분리의 대원칙을 지킬 수 있었다”며 “당·정·청은 빈틈없는 찰떡 공조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행정안전·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 야당 반발에도 중수청·공소청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 대표는 회견 과정에서 수차례 ‘당·정·청 원보이스’를 강조했지만, 이날 발표된 법안은 지난 3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던 정부안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공소청 검사에 대한 중수청 사건 입건 및 수사 통보 조항 ▶특별사법경찰관리 지휘·감독권 ▶검사의 영장 집행 지휘권 및 영장 청구 지휘권 등에 대한 추미애·김용민 의원 등 당내 강경파의 삭제 요구가 모두 반영됐다.

또 검사의 직무 범위를 법령이 아닌 법률로 정하도록 했고, 중수청 주요 수사 대상에 법왜곡죄도 추가됐다. 다만 공소청의 수장을 ‘검찰총장’이라 부른다는 내용과 검찰청 소속 검사를 공소청 소속 검사로 자동 승계한다는 규정은 살아남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위헌 소지가 있고,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했던 부분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찰개혁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정 대표의 기자회견에는 이례적으로 당 지도부 외에 추 의원과 김 의원도 법사위 위원장과 간사 자격으로 배석했다. 정 대표는 두 법안을 들어 보이며 추 의원을 “저와 함께 줄을 그어가며 법안을 수정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김 의원에 대해선 “개혁파, 원칙주의자인데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치켜세웠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최종안을 추인한 의원총회에서도 “박수칠래면 쳐보시죠”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 대표는 이 수정안을 “국민들이 우려한 독소조항을 수정한 것”이라며 “법안이 시행되면 78년간 이어진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은 분리·차단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법조계와 야당에선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는 “이제 공소청은 경찰과 중수청 수사관들에 영장 자판기가 됐다”며 “수사권 조정에 따른 국민의 피해를 막아줄 방파제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특히 특사경에 대한 검사 지휘권 삭제는 큰 논란이다. 검사 출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수사 노하우가 없는 특사경에 검사 지휘가 사라지면 수사 과정의 인권 침해 등 문제가 불거질 것이고, 특사경 비리 등으로 암장되는 사건이 크게 늘 것”이라며 “검찰 힘을 빼는 데 혈안이 돼 민생을 침해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관련 정청래 대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1월 12일 1차 입법예고 이후 당내 진통을 거쳐 수정된 재입법예고돼 의원총회(지난달 22일)에서 당론으로 채택된 법안을 뒤집은 건 추·김 두 의원과 유튜버 김어준씨를 위시한 강성 지지층이었다. 정 대표가 “민심의 척도”라고 믿는 김씨의 ‘딴지일보 게시판’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 개혁에 진심인지 의문”“지지율이 높으니 정권 연장에 문제가 없다는 건 착각”이라는 등의 반발이 연일 계속됐다. 추·김 의원은 “법사위가 논의에서 배제됐다”고 목소릴 높였다.

법안이 법사위에서 막히자 이 대통령은 “내 의견만이 정의라는 태도는 실패 원인”(X, 7일),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면 안 된다”(X, 9일)며 직접 나섰지만, 정 대표가 “입법권은 당에 있다(8일 기자회견)”고 버티며 지지층 내부의 균열은 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개혁의 큰 틀은 달성됐는데, 당 내부와 지지층이 개혁 대 반개혁으로 갈라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컸다”며 “결국 청와대에서 당의 요구 사항을 상당 부분 수용하는 방향으로 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16일 이틀에 걸쳐 여당 초선 의원들을 만나 “당정이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산적한 개혁 과제를 해결해 나가자”며 다독였고, 물밑에서는 주말 동안 청와대 정무라인이 당과의 조율을 이끌었다. 이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수사 기소 분리 ▶검찰 관행 반복 방지 ▶국민 피해 최소화라는 세 가지 틀만 제시하며 “당과 다시 유연하게 협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검찰 개혁이 국정 주요 과제인데 과정 관리의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숙의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소통이 되고 토론이 돼야 하는데 ‘나는 듣지도 못했다’는 사람까지 나왔다. 갈등 의제일수록 진짜 숙의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의 기자회견 전날에도 X에 “정부안이란 당정합의 수정안이고, 법안이란 심의 도중 의견을 모아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는 것”이라며 갈등 봉합에 나섰고, 회견 1시간 전에도 다시 X에 “검찰 수사 배제에 필요한 범위 내라면 당정 협의로 10번이라도 수정 가능하다”며 “당정 협의안 중 특사경에 대한 지휘 조항이나 수사 진행 중 검사의 관여 여지 조항 삭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사회자를 맡은 박균택 의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발표로 지난 1월부터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이어진 당·정·청 간 논쟁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더 큰 충돌이 예정돼 있다. 김용민 의원은 “진정한 수사, 기소 분리는 (보완수사권 폐지로) 마침표 찍을 수 있다. 입법 과정에서 관철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전날 X에 “보완수사 허용 여부도 충분히 논의해달라”고 밝힌 것과 결이 다른 입장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와 당의 협의안이 있고, 법사위 안이 따로 있다는 김 의원의 주장을 더 이상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했다.




박태인.하준호.오소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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