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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간 '경멸 미소'만 7번…文 만난 판문점, 김정은의 돌변

중앙일보

2026.03.17 13:00 2026.03.1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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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28일 ‘하노이 노 딜’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일찍이 경험해본 적 없는 모욕이었습니다. 이후 코로나19까지 겹치며 김정은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흑화’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불과 6년여 뒤 김정은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베이징 천안문 망루에 올라 동등한 대접을 받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한때는 그저 농담거리로 취급받았던 동북아 최빈국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은 이제 할아버지 김일성이나 아버지 김정일도 누리지 못했던 높아진 전략적 위상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성공한 흑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그리고 이 변화는 한국의 안보 환경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요. 이제 우리는 격이 달라진 김정은을 상대해야 합니다. 지금 김정은을 연구하는 이유입니다.

[더중앙플러스] 김정은 연구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336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연합뉴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김정은의 입은 ‘각하’의 기분을 맞추느라 바빴다.

“각하께서 한 발자국 건너오시면 사상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으시는 미국 대통령이 될 겁니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만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경계선을 넘어가길 바라는가. 그렇다면 영광일 것”이라고 하자 통역이 말을 다 전하기도 전에 김정은이 곧바로 이를 받아 ‘월경’을 권했다.

김정은은 직후 기자들을 보며 “이 행동 자체만 보시지 마시고… 좋지 않은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좋은 관계를 개척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다른 용단의 표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변인이라도 된 듯, 그는 트럼프를 치켜세우는 데 여념이 없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대화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하지만 김정은의 표정은 이내 달라졌다.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기다리던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순간부터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만남은 이날이 세 번째, 문 대통령과의 만남은 네 번째였는데, 김정은의 얼굴에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표정이 드러났다. 입꼬리의 오른쪽만 0.8cm 정도 올라간 경멸(contempt) 표정이다.

경멸 표정은 입꼬리의 한쪽만 비대칭적으로 살짝 올라가거나 한쪽 입술이 비틀리듯 올라가는 형태로 나타난다. 상대를 자신보다 낮게 평가하거나 무시나 우월감을 느낄 때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미세 표정이라는 게 비언어적 특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퍼스널 브랜딩 연구소 ‘지음과 깃듬’의 설명이다. 미세 표정은 사람이 감정을 의식적으로 통제하려 할 때도 0.1~0.5초 사이 아주 짧게 얼굴에 드러나는 비자발적 표정을 뜻하는데, 말보다도 실제 감정 상태를 더 정확히 반영하는 신호로 여겨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배웅을 받으며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돌아가다 뒤돌아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음과 깃듬이 분석한 결과 김정은의 경멸 표정은 30여 분간의 공개 영상 중 일곱 차례 관찰됐다. 이런 표정은 평균적으로 1.2초 지속됐다.

불과 약 석 달 전 ‘하노이 노 딜’의 실패를 어떻게든 수습해보려 이 자리에 나온 김정은의 입은 어느 때보다 전향적인 말을 이어갔지만, 그의 몸짓은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한 것이다.

※1년여 만에 판문점에 다시 온 김정은의 표정에는 전에 본 적 없는 경멸미소가 떠올랐습니다. 하노이 노 딜 이후 그의 표정에서부터 ‘흑화’의 조짐이 드러난 것입니다. 똑같은 판문점에서 이뤄진 2018년 4·27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은,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그가 문 전 대통령을 보는 표정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하다면 아래 URL을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 넣으세요.


트럼프와 웃다 文에 현타왔다… 김정은의 판문점 '경멸 미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2090




유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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