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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톤보리만 찍고 오긴 아쉽다…오사카의 낯선 맛

중앙일보

2026.03.17 13:00 2026.03.1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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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최대의 번화가인 도톤보리. 명물 글리코 상 앞에서 인증사진을 담으려는 이들로 에비스 다리는 늘 북새통을 이룬다. 백종현 기자
지난해 대략 950만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찾았다. 그중 가장 많은 발길이 닿은 도시가 오사카(大阪)다. 한국인에게 오사카는 ‘가깝고, 싸고, 놀기 좋은 일본 여행지’라는 이미지를 굳힌 지 오래다. ‘경기도 오사카시’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오사카를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낯선 오사카 와인도 맛보고, 신상 특급호텔에서 호사도 누렸다. 다 안다고 믿었던 도시가 새삼 다르게 보였다.

센타라 그랜드 호텔 오사카의 31층 객실에서 내다 본 오사카 도심. 웬만한 전망대보다 건물이 높아 도심 일대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다. 백종현 기자


경기도 오사카시?

오사카 랜드마크 타워 '츠텐카쿠'와 신세카이의 먹자 골목 풍경. 행운의 신 '빌리켄' 조형물이 포토존 역할을 한다. 백종현 기자
251만명.

지난해 간사이(關西) 공항으로 일본 오사카(大阪)를 방문한 한국인 숫자다. 전체 외국인 946만명 중 가장 비중(26.5%)이 높았다.

과연 오사카행 비행기는 평일인데도 기내가 꽉 찼다. 일단 인기 관광지부터 훑었다. 첫 목적지는 신세카이(新世界), 오사카를 상징하는 타워 츠텐카쿠(通天閣·108m)가 우뚝 선 곳이다. 1912년 뉴욕 코니아일랜드를 모델로 조성한 유흥 지구여서 ‘하늘로 통하는 건물’과 ‘신세계’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단다.

이제는 영 이름값을 못하지만, 오래된 골목의 정취가 오히려 마음을 끌었다. 쿠시카츠(꼬치 튀김) 상점과 우스꽝스러운 생김새의 빌리켄(신세카이 명물 캐릭터) 조형물이 타워 아래 줄지어 있었다. 빌리켄 발을 만지면 부자가 되고, 결혼도 한다기에 속은 셈 치고 발을 만지며 사진을 남겼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도톤보리 강과 글리코 상, 신사이바시의 인파, 도톤보리의 타코야키 포토존, 도톤보리 거리 모습. 백종현 기자
오사카의 양대 번화가는 도톤보리(道頓堀)와 신사이바시(心斎橋)다. 강을 경계로 맞닿아 있어, 먹고 걷고 쇼핑하는 동선이 자연스레 이어진다. 한국인 여행자에게도 필수 관광 코스로 통한다.

도톤보리는 걸음을 뗄 때마다 지지고 볶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문어·황소·초밥 등 온갖 먹거리를 본뜬 대형 입체물이 건물 밖까지 튀어나와 하늘을 메웠다. 도톤보리에서 “먹다 죽는다(食い倒れ)”는 오사카의 격언은 과장이 아니었다.

만세 자세로 하루 수만 명이 인증 사진을 담아간다는 글리코상 앞 에비스 다리는 관광객과 호객꾼, 난파(길거리 헌팅) 작업을 거는 젊은이까지 몰려 정신이 쏙 빠질 지경이었다.
신사이바시의 오렌지 스트리트. 젊은 층에 패션 쇼핑 성지로 통한다. 오른쪽 사진은 독창적인 칵테일로 인기가 높은 '바 나유타'. 백종현 기자
도톤보리도, 신사이바시도 독특한 취향의 가게가 숨어 있는 골목 안쪽이 더 흥미로웠다. 신사이바시 안쪽의 오렌지 스트리트는 한국 젊은 층에도 제법 인기가 높은 빈티지 패션 거리다. 중고 레코드숍도 10여 개 몰려 있는데, 여기서 재즈 거장 엘빈 존스의 친필 사인 LP를 950엔(약 9000원)에 건졌다. 오사카의 소란이 버겁다며 종일 투덜댔지만, 정신 차려보니 양손 가득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미처 몰랐던 오사카의 맛

포도와 와인의 오랜 역사를 지닌 오사카 가시와라. 100년 넘는 역사의 카타시모 와이너리 와인은 2019년 G20 오사카 정상회의 만찬주로도 올랐다. 백종현 기자
오사카 대표 먹거리는 타코야키·오코노미야키·쿠시카츠다. 와인은 어떨까. 오사카에서 와인을 빚는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처음엔 고개를 갸웃했다. 한데 역사도 맛도 예상 밖으로 깊었다.

시내에서 차로 30분 남짓 떨어진 가시와라(柏原)가 바로 오사카 최대의 포도 산지다. 해가 잘 들고 배수가 좋아 예부터 포도 농사가 잘됐단다. 가시와라는 번잡한 도톤보리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시내를 내다보는 언덕을 따라 포도밭이 펼쳐져 있고, 그 자락의 좁은 골목 사이로 고풍스러운 민가가 이어졌다.

간사이 지방에서 가장 역사가 긴 와이너리라는 카타시모(カタシモ) 와이너리를 찾았다. 1914년부터 5대째 가업을 이어오는 다카이 마키코 이사는 “일본인 입맛에 맞는 고급 와인을 만든다”며 “2024년 프랑스 비날리 국제 와인전에서 일본 와인 최초로 금상도 받았다”고 자랑했다.

2019년 G20 오사카 정상회의에서 공식 만찬주로 선정됐다는 화이트 와인 리카엔을 맛봤다. 와인은 잘 모르지만, 풍부한 과일 향과 산미에 “음~”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센타라 그랜드 호텔 오사카 33층 루프탑에서 즐기는 애프터눈티, 33층의 바 '스모크 앤 스핀', 투숙객을 위한 무료 툭툭 셔틀, '쿤세이'의 7코스 메뉴 중 아귀 스테이크 요리. 백종현 기자
오사카처럼 복잡한 도시에서는 숙소 선택이 여행의 질을 좌우한다. 이번에는 난바(難波) 시내 한복판 2023년 문을 연 ‘센타라 그랜드 호텔 오사카’에 머물렀다. 노정길(53) 총지배인은 “투숙객의 20% 이상이 한국인”이라면서 “젊은 층에 전망과 미식으로 벌써 입소문이 났다”고 강조했다.

호텔 2층의 레스토랑 수안부아에서는 태국식 4코스 요리가 5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33층 루프톱 바에서는 난바 일대를 360도로 내려다보며 낮엔 애프터눈 티를, 밤엔 위스키를 즐겼다. 호텔에서는 도심의 불빛과 소란이 꿈처럼 느껴졌다.
박경민 기자



백종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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