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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퍼즐 맞춘 서울 미술관 지도...산책하다 흘러드는 공원 속 미술관 [비크닉]

중앙일보

2026.03.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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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큐브’로 정의되던 미술관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권위보다 소통을, 위용보다 주변 풍경에 스며드는 방식으로 미술관은 문턱을 낮추는 추세다. 지난 12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개관한 서서울미술관이 그 새로움을 보여주는 곳이다.
금천구 금나래중앙공원 내에 위치한 서서울미술관 전경. 층수를 높이는 대신 지하로 파고드는 설계를 선택했다. 사진 김태동(서서울미술관 제공)

공원처럼 어디서든 스며드는 ‘열린’ 미술관
건축은 공간의 정체성을 담는 그릇이다. 서서울미술관은 부지 특성과 지역민의 동선을 고려해 저층형의 ‘공원 속 미술관’으로 지어졌다. 금천구청·아파트 단지·초등학교·금나래중앙공원 등 주민 생활시설 사이에 위치해 있고, 도보로 5분 거리에는 금천구청역이 있다. 연면적 7186㎡ 규모로 지상 1층, 지하 1층으로 구성됐는데 낮은 높이와 열린 출입 동선 덕분에 공원을 오가는 주민 누구나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 있다. 지붕과 녹지의 흐름도 주변 풍경과 부드럽게 이어진다. 건물을 감싸는 외벽은 해머드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적용해 울퉁불퉁한 표면 위로 주변 풍경을 반사한다. 미술관이 주변 환경과 단절된 조형물이 아니라, 공원의 일부처럼 호흡하도록 의도한 설계다. 건축은 김찬중 건축가(더시스템랩)가 맡았다.

오랜 산업 단지에서 움튼 뉴미디어 특화 공간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서울미술관 개관으로 8개 본·분관 체제를 완성했다. 서남권에 들어선 첫 공립미술관이다. 그래픽 마민아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번 개관으로 8개의 본·분관 체제를 완성했다. 미술관의 네트워크를 통해 문화예술 향유 기회의 균형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특정 매체에 특화한 분관도 잇달아 선보였다. 지난해 도봉구에 사진 매체를 앞세운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을 열었고, 이번 서서울미술관은 뉴미디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서울시 최초 공공 뉴미디어 특화 미술관이자 서남권 첫 공립 미술관이다.

박나운 서서울미술관장은 “오랜 시간 산업 단지로 기능했고 현재 국내 가장 많은 IT 회사가 밀집한 서남권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했다”며 “뉴미디어란 과학 기술이나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예술은 물론 우리 주변 존재를 고찰하는 다양한 실험적 영역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기존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형식임을 강조한 거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소장품 분류 체계상, 영상·음향·조명을 포함하는 예술작품과 퍼포먼스·개념미술·인터넷아트·코딩아트 등을 뉴미디어 범주로 묶고 있다. 기술을 내세우기보다 기존 예술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형식에 가깝다.
신지선 작가는 증강현실을 활용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였다. 작품명은 '서서울피디아 안양천', 2026년작. 오른쪽은 황수현 작가의 퍼포먼스 작업 '세계'의 장면. 사진 이지영

이런 특징은 최근 전시 관람방식의 변화와도 맞물린다. 코로나19 이후 증강현실(AR)과 몰입형 미디어를 활용한 전시가 늘었고, 관람자가 반응하고 개입하는 인터랙티브형 작품 역시 이전보다 낯설지 않은 형식이 됐다. 단순 감상보다 참여와 반응을 중시하는 관람 경험이 확산하면서 실험적이고 소통 지향적인 뉴미디어 예술 역시 관객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 서서울미술관은 개관전으로 세마 퍼포먼스 ‘호흡’과 건립 과정을 기록한 ‘우리의 시간은 여기서부터’를 선보이고, 5월에는 소장품전 ‘서서울의 투명한 |청소년| 기계’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역의 의미를 발견하고 잇는 미술관의 역할
서서울미술관의 특징은 '열린 구조'에 있다. 길가 쇼윈도를 들여다보듯 외부에서 내부 프로그램을 엿볼 수 있는 구조를 통해 예술을 일상 속 경험으로 확장하는 '거리형 미술관'을 지향한다. 사진 김태동(서서울미술관 제공)
최근 미술관의 역할은 소장품을 관리·연구하거나 전시·교육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지역의 역사와 동시대 의제를 발견하며, 주민의 목소리를 예술과 공론의 장으로 연결하는 ‘지역 플랫폼’으로서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이런 흐름이 나타난다. 한때 뉴욕의 비주류 문화가 모이던 보워리에 자리한 뉴뮤지엄은 재개관을 계기로 실험적 예술과 지역 담론을 잇는 공간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 북부 폐광 마을인 랑스 역시 루브르 분관이 들어서면서 쇠퇴한 산업 지역 이미지를 벗고 도시재생 사례로 거론되는 지역이다.

서서울미술관의 탄생 역시 지역 맥락과 닿아 있다. 금천구는 구로공단에서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이어지는 산업단지를 품은 곳이다. 1995년 구로구에서 분리되면서 독자적인 관공서 및 문화예술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서서울미술관은 2015년부터 건립 준비를 시작해 10여년 만인 올해 개관했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오랜 공업지대의 기억과 미래 산업이 공존하는 서남권의 지역적 특성을 기반으로 탄생한 미술관”이라며 “산업 전환을 넘어 지역의 생활 방식과 관계의 재구성이 요구된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컨템포로컬, 일루전 사인_안양천, 2026. 개관전 '우리의 시간은 여기서부터'을 위해 만든 작품이다. 사진 서서울미술관
한 지역에 미술관이 들어선다는 건 단지 전시장이 하나 생긴다는 뜻이 아니다. 작가와 기획자들이 그곳의 맥락을 연구하고 이를 예술이나 토론으로 확장하는 장이 마련된다는 의미에 가깝다. 서서울미술관의 등장은 서울 서남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앞으로 선보일 실험 예술이 관람객과 어떤 호흡을 만들어 나갈지 기대를 모은다.

b.이슈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이슈를 건져 올립니다.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을 탐색하고, 시대와 호흡해 성장하는 브랜드와 기업을 조명합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이소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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