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민간 항공사 기장을 살해하고 달아난 50대 남성이 붙잡혔다. 이 남성은 함께 일하던 동료를 대상으로 오래전부터 연속 범행을 계획해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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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범행 직후 ‘제3 범행’하려 창원행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지난 17일 부산진구 한 아파트 9층에서 50대 남성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B씨(50대)를 이날 오후 8시3분쯤 울산 남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검거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민간 항공사 기장이며, B씨는 부기장으로 과거 이 항공사에서 A씨와 함께 근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검거 후 범행 사실을 시인하며 “3년 전부터 계획했다” “A씨 등 4명을 해치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B씨는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에서도 함께 일했던 동료 C씨를 뒤에서 덮쳐 목을 졸랐다가, 실패한 뒤 달아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직후 B씨는 서울에서 열차를 타고 부산에 와 A씨를 해쳤고,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르려 경남 창원으로 향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 신변보호 조치에 접근하지 못하고 실패한 뒤 B씨는 울산 남구의 숙박업소에 숨어들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범행 때 사용된 흉기도 B씨가 소지한 캐리어에서 확보됐다. 경찰 관계자는 “울산엔 B씨 범행 대상자가 없다. 추적을 피해 숨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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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테크니컬 평가’ 동료에 앙심 품었나
경찰과 항공업계 말을 종합하면, B씨는 민간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몇차례 기장 승격 시험에 낙방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 동료들과 불화 및 갈등이 있었고, 비행기 조종사를 대상으로 한 검진 때 정신건강 의심 징후가 발견된 후 2024년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체포 후 부산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항공사 내부엔 공군사관학교 비행사 출신 기득권이 있고, 이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경찰은 직장에서의 갈등이 범행 동기가 된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항공업계에선 이 ‘갈등’이 기장 승격 심사와 관련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대한항공 기장 출신의 고승희 전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기장 승격 평가는 통상 2년에 한 번 이뤄진다. 기장은 부기장보다 2배가량 급여를 더 받고, 업무와 권한 등 차이도 크다. 승격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고 전 교수에 따르면 비행 시간과 거리 등 기술적 요인 이외에 난 테크니컬(Non Technical) 항목도 중요한 평가 요인이다. 그는 “말투나 행동, 리더십, 원활한 소통 여부 등이 난 테크니컬 평가 항목이다. 이는 승격 대상자와 함께 일한 적 있는 동료 기장들이 평가하는 것”이라며 “심사에 낙방하는 과정에서 본인을 평가한 동료들에게 앙심을 품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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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검사도… “오늘 구속영장 신청”
경찰은 B씨의 정신질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하고, 사이코패스 검사 등 감정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16일 경기도에서 일어난 사건도 병합해 부산 경찰이 수사한다. 경찰 관계자는 “경위 조사를 마치는 대로 오늘 중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