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의 피고인 김소영이 본격적인 범행을 시작하기 전인 지난해 한 남성을 성폭력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 단계에서 ‘혐의없음’으로 종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당시 김소영은 피해를 주장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입수한 약물이 이후 범행에 이용됐다.
18일 중앙일보가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자료 등에 따르면 김소영은 지난해 8월 서울 강북경찰서에 유사강간 혐의로 남성 A씨를 고소했다. 강북경찰서는 고소를 접수한 뒤 사건을 A씨의 주거지 관할 경찰서로 이첩했다.
이에 앞서 김소영은 지난해 8월 5일 서울 도봉구에 있는 한 정신과 의원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 명목으로 수면제 등을 처방받았다. 이후 경찰에 A씨를 고소할 때 이 진료 내역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해당 고소 내용을 조사한 경찰은 A씨를 무혐의로 결론 내리고, 사건을 불송치했다.
현재 수사 당국은 김소영이 A씨를 고소하려는 목적으로 실제로는 PTSD를 앓지 않았는데도 질환을 가장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소영은 A씨가 자신을 절도 혐의로 신고하자 이에 맞대응 차원으로 그를 고소했다. 고소 사건은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김소영은 향정신성의약품을 확보했고 이를 이후 범행에 사용했다. 김소영의 첫 범행으로 알려진 시점은 지난해 10월 25일이다. 당시 김소영은 서울 서초구에 있는 식당에서 한 남성과 와인을 마시다가 남성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며 119에 스스로 신고했다.
김소영은 이후에도 처방받은 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를 숙취해소제에 타 약물을 미리 준비하고, 피해자들을 만나 이를 마시게 한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조사된 피해자 6명 중 2명은 숨졌고, 4명은 음료를 마시고 의식을 잃었다. 경찰은 김소영이 인공지능(AI) 챗GPT에 ‘수면제 많이 먹으면 어떻게 돼?’라고 검색하고, ‘술과 함께 복용 시 사망 위험이 매우 높음’이란 내용의 답변을 얻었는데도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보아 그의 범죄가 계획적이고 의도적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소영의 연쇄 살인이 ‘이상 동기’ 범행이라고 판단해 그를 살인과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한 상태다. 검찰은 “김소영은 어린 시절 부친으로부터 지속적인 음주 폭행에 노출되는 등 가정불화로 인해 정서적으로 사회와 단절돼 강한 자기중심적 기질을 갖게 됐다”며 “자신의 소비 욕구와 경제적 만족을 위해 남성을 이용하고, 갈등 없이 피해자를 손쉽게 제압하기 위해 약물을 사용해 살해했다”고 밝혔다.
김소영에 대한 첫 재판은 다음 달 9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법원은 김소영의 기존 국선변호인이 사임함에 따라 지난 17일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