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범죄를 미리 막을 수 있는 방안" 대 "처벌보다 교화·회복부터 우선해야". 최근 이재명 대통령 언급 등으로 '뜨거운 감자'가 된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두고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성평등가족부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원민경 장관과 각계 전문가 등이 참여한 촉법소년 1차 공개포럼을 열었다. 찬반이 팽팽한 연령 기준에 대한 합의를 모색하는 공론화 차원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1월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두 달 내에 결론을 내리라고 지시했다. 현행법상 범죄를 저지른 10세 이상 14세 미만 촉법소년에겐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이 내려진다.
촉법소년 관련 범죄는 증가하는 추세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14년 7045건이던 촉법소년 사건의 법원 접수 건수는 2024년 2만1477건으로 3배가 됐다. 유형별로 보면 절도·폭력이 가장 많지만, 강력범죄에 해당하는 강간·강제추행도 최근 3년 새 빠르게 늘었다. 국민 여론도 처벌 강화 쪽에 쏠려 있다. 이달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2명)에서 응답자 81%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면 이러한 수치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지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년 사건 통계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자세히 뜯어봐야 한다. 촉법소년 통계 출처가 경찰·검찰·법원 등으로 서로 다르고, 전체 소년범죄 통계와도 혼용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성범죄 증가도 강간보다 이른바 성 풍속 범죄 등이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서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렸다. 하향 찬성 측은 현행 규정이 '면죄부'로 악용되고, 범죄 흉포화나 저연령화 등을 부추긴다고 강조했다. 문덕주 안산상록경찰서 경사(학교전담경찰관)는 "70여년 전에 멈춰 있는 법의 시계를 현대 청소년들의 성숙도와 범죄 양상에 맞춰 현실화해야 한다"면서 "법이 방패막이가 되면서 아이들이 숨도록 보호하는 게 아니고, 연령 하향 논의가 선도 프로그램 강화 등과 병행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13세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열어두면 범죄 예방을 유도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송종영 변호사(법무법인 하민)는 "연령 기준을 낮춰서 국민에게 처벌받을 수 있고, 이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대 측은 촉법소년 처벌과 제재에만 매몰되면 교화·회복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이승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의 교정 시스템은 아이들을 충분히 교화하기 부족하다. 과밀화부터 의료·교육까지 불충분한 상황이고, 장기 수용 시 성인 범죄자로 넘어갈 가능성도 크다"면서 "더 많은 아이가 교도소에 수감될 길을 열어두기보단 교정 시스템을 점검하고 다른 개입 방법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도 범죄 감소 효과 등이 크지 않을 거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동건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지금도 소년범은 형사처벌 가능성이 있음에도 강력범죄가 줄지 않고 있다. 촉법소년이 강력범죄를 저질러 기소되더라도 소년부 송치 결정이 이뤄질 거라 (예방)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준법 의식을 높일 교육 확대나 보호처분 다양화 등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촉법소년 사회적 대화 협의체'를 구성한 성평등부는 향후 시민참여단 숙의, 2차 공개포럼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협의체가 다음 달까지 운영될 예정인 만큼 그 전에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원민경 장관은 "촉법소년 연령 관련 논의는 숙의·토론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에 기반해 균형 있는 논의를 이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