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전날 발표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과 관련,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김용민 간사, 한병도 원내대표와 논의했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에게도 하나하나 물어봤다”고 말했다.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협의 과정에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요구를 대거 반영했다는 취지다. 정 대표는 이어 “청와대와는 직접 대화하는 수준으로 (논의를) 격상했고, (청와대) 검찰 출신은 차단했다”고 말했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세부 조율 과정도 소개했다. 중수청법의 ‘공소청에 대한 사건 입건 통보 의무’(45조) 조항 등 강경파가 강력 반발한 조항이 최종안에서 삭제된 데 대해선 “고치려 했더니 (청와대 측이) 통째로 들어내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 입법안을 비판해온 김어준씨도 “처음 듣는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가) 진짜 잘못 알려졌다”며 맞장구를 쳤다. 민주당은 이날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수청 법안을 일방 처리했다.
정 대표는 특히 “중간에 내용이 새면 반격이 올 수 있어 철통 보안 속에서 논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중수청·공소청 최종안은 정 대표 기자회견 전날인 16일 오후 8시 30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야 당 지도부에 처음 공유됐다. 의원총회는 정 대표 기자회견 이후에 열렸다. 당정 협의를 총괄하는 한정애 정책위의장도 논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추미애·김용민 의원은 물론 소속 당이 다른 박은정 의원까지 ‘검찰개혁’ 강경파와는 긴밀히 논의하면서 지도부 공유는 뒤늦게 이뤄진 것이다.
이에 당 내부에선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경남 진주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입법 예고 이후 수정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했다.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당·정·청 협의안이라고 해 참았지만, 깜짝 발표라는 점에서는 지난 1월 조국혁신당 합당 제안 때와 다를 바 없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이날 김어준씨 방송 출연 자체도 당 안팎에 파장을 불렀다. 김씨 방송에서 제기된 ‘공소취소 거래설’과 관련해 민주당이 지난 12일 전직 방송기자 장인수씨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한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서다. 친명계 김영진 의원은 JTBC ‘장르만 여의도’에서 “두 사람(정청래·김어준)은 원래 친하다. 정 대표가 궁지에 몰린 김씨를 도와주러 간 것 같다”며 “정 대표 출연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게시판에는 “정청래에게 후원금을 보냈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정 대표의 이날 행보를 두고 민주당에선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빌드업을 하는 것 같다”(민주당 관계자)는 평가가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완수사권이)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공언했음에도, 폐지론자인 당내 강경파 의원들과 보조를 맞출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김용민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예외적으로라도 남겨선 안 된다”며 “당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권 관계자는 “8월 전당대회에서 보완수사권을 중심으로 한 검찰개혁 이슈가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