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의 궁중요리 전문 한식당 ‘규반’에서 한국 식재료로 7코스 요리를 선보인 자크 바르나숑(55)과 플로리앙 뮬러(42) 셰프가 말한 한국 식재료의 가치다.
프랑스 동부의 산골 마을 본네타에서 식당 ‘르에탕 뒤 물랭’을 운영하는 바르나숑 셰프는 20년째 『미쉐린 가이드』 1스타를 유지 중이다. 뮬러 셰프는 프랑스의 숱한 미쉐린 스타 식당을 거친 뒤 2022년부터 홍콩의 럭셔리 호텔 ‘더 파크 레인 홍콩’의 양식 총주방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지난 15~16일 서울에서 열린 ‘프랑스명장요리사협회’ 총회 참가차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의 방한 소식을 들은 규반의 김지영(47) 셰프가 기회를 잡았다. 6개월 전부터 이들과 원격으로 소통하며 이벤트를 준비했다. 김 셰프는 원조 한류 드라마 ‘대장금’의 음식 연출을 맡았던 궁중요리 전문가다. 김 셰프는 “자크와 플로리앙에게 만들고 싶은 요리를 물었고, 한국의 봄 식재료를 추천했다”며 “제철 식재료를 중시하는 요리 철학이 일치해 준비 과정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이날의 만찬이 차려졌다. 태안 암꽃게 살에 당근 소스를 곁들인 전채 요리부터 캐비아(철갑상어 알)를 올린 광양 벚굴, 문경 사과를 토핑으로 활용한 포항 재래 돼지고기구이까지 한국의 진귀한 식재료가 ‘프렌치 터치’를 만나 예술 작품으로 탄생했다. 프랑스에서 흔히 쓰는 아스파라거스 대신 땅두릅을 사용했고, 두 요리사가 난생처음 본 ‘울릉도 전호나물’이 허브 역할을 대신했다. 이날 프랑스 요리에는 와인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주가 나왔다.
이미 홍콩에서는 한국 식재료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전라도의 한우 목장과 완도의 전복 양식장을 찾아가본 적 있다는 뮬러는 한국 식재료 홍보대사를 자임하고 있다. 그는 “한우는 일본산보다 기름지지 않고, 호주산처럼 퍽퍽하지 않아서 바비큐용으로 제격”이라며 “홍콩에서도 한우를 사용하는 특급 호텔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셰프는 “한국 식재료 우수성을 알리는 것도 한식 세계화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두 프랑스 셰프는 한국의 대중 음식에도 크게 감동했다고 했다. 바르나숑은 삼겹살 구이가 기막혔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뮬러는 나물을 비롯한 밑반찬 인심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뮬러는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라면과 소주를 맛보며 각별한 추억도 남겼다.
규반에서 진행한 저녁 행사의 이름은 ‘고리’였다. 음식을 통해 한국과 프랑스의 연결고리를 보여주자는 취지에서였다. “지방의 제철 식재료가 요리의 핵심”이라는 바르나숑 셰프의 말과 24절기에 따른 계절 음식을 고집하는 김 셰프의 철학도 묘하게 연결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