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여행 경험을 문학 세계로 풀어 온 프랑스 작가 실뱅 테송(54)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18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여행이 글로 옮겨지는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테송은 한불수교 140주년을 맞는 올해 ‘제4회 공쿠르 문학상-한국’ 행사의 홍보 대사로 선정되어 처음으로 내한했다.
‘공쿠르 문학상-한국’은 주한 프랑스대사관이 공쿠르상을 창설한 아카데미 공쿠르와 함께 주관하는 행사로, 국내 고등학교·대학교·어학센터 등에서 프랑스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공쿠르 문학상 최종 후보작 네 편을 프랑스어 원서로 5개월 간 읽고 심사와 토론을 거쳐 다수결로 수상작을 결정해보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결과가 실제 공쿠르상 수상작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테송은 이 프로그램의 토론 심사와 수여식에 참여하는 등 홍보 작가로 활동한다.
테송은 프랑스의 4대 문학상 중 르노도·공쿠르·메디치상을 모두 받은 작가다. 각 수상작인 『눈표범』(2020, 북레시피), 『노숙 인생』(2024, 뮤진트리), 『시베리아의 숲에서』(2024, BH)가 모두 한국에 번역돼 나왔으며, 지난해 프랑스에서 출간된 최신작 『바다의 기둥들(Les Piliers de lamer)』도 올해 안에 국내 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여행과 문학의 연결, 자연에 대한 사랑은 내 문학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설명했다. 테송의 책을 읽으면 그가 자연을 누비며 찍었을 발자국을 짐작할 수 있다.
단편소설집 『노숙 인생』엔 40년간 러시아 숲에서 도피생활을 하는 살인자, 아스팔트길을 원하는 조지아 시골 마을의 아버지 등이 등장한다. 장편소설 『눈표범』엔 그가 티베트 고원에서 멸종동물 눈표범을 찾기 위해 실제 탐사를 겪으며 쓴 여행기가 담겼다.
테송이 ‘모험’에 가까운 극한 여행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유를 알았다면 아마 여행의 종지부가 찍혔을 것 같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방황의 차원보다는 움직임을 통해 모험을 탐구하는 쪽에 더 가깝다. 내가 왜 움직일 수밖에 없었는지, 내가 왜 길을 떠나야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찾기 위함이다. 순례와도 비슷한 면이 있겠다.”
테송은 ‘여행’이야말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인류가 AI(인공지능)와 같은 거대한 기술 문명에 순응하고 있는 세태에 반기를 들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될수록, 현실에 더욱 발을 단단히 기댈 수 있게 해주는 ‘여행’이야말로 완전히 기술로 통일된 현대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그의 발은 어디를 향할까. 한 기자가 한국을 여행지로 제안하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한국에 아름다운 자연과 멋진 산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언젠가 제 모험의 배경이 한국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