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스닥 시장을 두 개 리그로 나누고, 중복 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 자본시장 체질 개선 방안을 추진한다. 주식 매매대금 결제일도 현재 2일에서 내년 말부터 1일로 짧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이런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코스닥을 종목별 실적 등에 따라 1부·2부 리그를 오가게 하는 승강제를 도입한다. 1부 리그인 ‘프리미엄’(가칭)에는 코스닥 시총 상위 80~170개가량의 우량 혁신기업을 배치한다. 2부 리그인 스탠더드(가칭)에는 스케일업(scale-up·초기 창업 단계를 지나 검증된) 기업들이 들어간다. 프리미엄에는 지배구조 요건 등을 강화해 기관투자가 유입을 유도하고, 대표지수와 연계한 상장지수펀드(ETF)도 도입할 방침이다.
현재 코스닥은 초기 스타트업부터 시가총액 수조원대 중견기업까지 한 시장에 혼재해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 옥석 가리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기업 간 편차가 크고, 이로 인해 시장 전체의 가치평가가 낮게 형성되는 문제가 있었다. 네이버·카카오·셀트리온 등 과거 코스닥 대표 종목들이 코스피로 이전하게 된 배경에도 이런 구조적 문제가 작용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기업 성장을 자극하고 시장 역동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승강제 안에서 경쟁하며 가치를 제고하도록 촉진하겠다는 의미다.
시장 승강제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가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상장기업 특성별 프라임·스탠더드·그로스의 3개 시장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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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주식 판 돈 왜 모레 주나”…내년부터 하루 단축 추진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일본의 경우 상장 폐지가 되더라도 추후 요건만 만족하면 다시 올라올 기회를 열어뒀다”며 “우리도 상장 폐지 종목만 따로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든다면 투자자 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복 상장에도 제동을 걸기로 했다. 모회사가 핵심 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한 뒤 상장하면, 모회사 가치가 하락하고 기존 주주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 중 제도 개편안을 마련해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중복 상장을 허용할 방침이다.
국내 증시의 결제 체계인 ‘T+2(거래일+2영업일) 결제 시스템’도 바뀔 전망이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매도하면 2영업일 후, 즉 3거래일 날 지급된다. 반대로 주식을 살 때도 증거금만 먼저 납부한 뒤 2거래일 후까지 대금을 납부하면 주식을 취득하는 ‘미수거래’가 가능하다.
이 대통령은 “왜 주식을 오늘 팔면 돈을 모레 주느냐”며 “필요하면 조정하는 등 의제 중 하나로 검토하면 어떨까 싶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결제일 단축 방안을 준비하기로 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결제 불이행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물리적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미국과 유럽의 동향에 발맞춰 내년 10월부터 결제 주기를 ‘T+1’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답했다. 미국은 지난해 결제 시스템을 기존 ‘T+2’일에서 ‘T+1’일로 하루 단축했다. 유럽도 내년 10월부터 ‘T+1’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주가조작 근절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을 하면 그 조작에 동원된 현금까지 몰수하는 조치를 실제로 시행할 것”이라며 “금융감독원 중심으로 단속 인력도 늘리고 있어 이 문제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자본시장 저평가)가 아니고 얼마든지 정상 평가를 넘어서서 코리아 프리미엄(고평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지정학 리스크에 대해선 “휴전선에서 말폭탄이 오가다 총격까지 발생하니 ‘저 나라 또 전쟁 나는 것 아닐까’라고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사실 이 문제는 생각보다 많이 과장돼 있다. 정치권이 불필요하게 악용하며 불안감을 증폭시킨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와 투자자 등이 참여한 토론도 이뤄졌다. 손협 국민연금공단 운용전략실장은 “3월 주총 시즌에 각 기업이 정관 개정을 하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법 개정으로 추진되는 이사회의 독립성이나 자사주 소각을 회피하고자 하는 내용이 많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주주 자격으로 이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5.04% 오른 5925.03으로 마감하며 5900선을 다시 돌파했다. 자본시장 간담회 도중에는 코스피가 4% 넘게 오르면서 프로그램 매수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