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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가가 입양관리, 그 후 8개월간 0건…예비 양부모 속탄다

중앙일보

2026.03.18 13:00 2026.03.1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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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입양단체들이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김남영 기자
첫째에 이어 둘째 입양을 준비 중인 예비 양부모 A씨는 몇 달째 답답하다. 지난해 7월 입양 체계가 변한 이후 곧바로 입양을 신청했지만, 아직 입양할 아이의 얼굴도 보지 못해서다.

A씨는 “양부모 교육을 받고 절차를 다 밟았는데 위원회(보건복지부 입양정책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됐는지조차 알 수 없다”며 “아동권리보장원에 몇 번을 연락해도 ‘기다리라’는 말만 듣고 있다”고 말했다. 첫 아이를 입양하려는 예비 양부모 B씨도 “아이를 빨리 데려와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집에 적응할 수 있게 도울 텐데, 시설에서 너무 오래 기다리게 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지난해 입양이 민간기관 중심에서 국가가 직접 심사·관리하는 체계(공적 입양 체계)로 전환된 뒤 국내 입양 승인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편에 맞춰 입양 신청이 늘어난 데다가 절차가 늘어나 대기 기간이 길어지자 예비 양부모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18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입양 승인 건수는 국내 102건, 해외 24건 등 총 126건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연간 입양 아동은 2022년 324명, 2023년 229명, 2024년 212명으로 줄어왔는데, 지난해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 7월 ‘국내 입양에 관한 특별법’의 시행으로 공적 입양체계로 전환된 접수된 입양 신청 중 아동이 가정에 인도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승인된 입양 모두 이전 제도에서 진행된 건일 뿐, 개편 이후엔 한 건도 승인되지 못한 상태란 얘기다. 입양체제 전환에 따라 입양 업무를 전담하게 된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입양 대상 아동 279명이 시설·위탁가정에서 대기하고 있다.

원인은 입양 행정 절차의 병목이다. 제도 초기 신청이 몰린 데다 절차가 늘어나면서 대기 기간이 길어졌다. 입양정책위원회가 외부 전문가를 통해 예비 양부모의 자격을 심의하는 등 투명성은 강화됐지만,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리게 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입양이 아동의 평생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아동에게 최적의 가정을 찾아주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두고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서울의 한 아동시설 관계자는 “국내에선 영아 입양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돌만 지나도 입양 기회가 희박해지는 게 현실”이라고 걱정했다.
김주원 기자

입양 관련 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전국입양가족연대, 입양정상화추진부모연대 등 12개 단체는 지난달 25일 아동권리보장원 앞에서 공적체계 전환 뒤 발생한 입양 지연 문제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19일엔 복지부·아동권리보장원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낼 예정이다.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정부가 입양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유보연 입양정상화추진부모연대 대표는 “모든 아동이 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했다.
차준홍 기자

전문가들은 대체로 입양은 신중해야 할 선택인 만큼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양부모 학대로 아동이 사망한 ‘정인이 사건’ 같은 비극을 막으려면, 절차가 다소 지연되더라도 충분한 심사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예전에는 민간 입양기관이 입양아동보다 입양부모 중심으로 절차를 진행한 측면이 있었다”며 “공적 입양체계는 국가가 아이를 책임지고 친가정보다 더 잘 키울 수 있는 가정을 찾겠다는 취지인 만큼 신중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현재의 지연 상황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존 민간 입양기관들은 수십 년간 입양을 진행해온 노하우가 있다”며 “민관 협력을 통해 행정적 병목을 줄이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애 의원은 “정부가 전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 입양기관이 70여년간 수행해온 업무를 섣불리 개편하면서 생긴 문제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며 “지금이라도 민간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예비 입양부모가 요건을 갖춘 경우 신속히 아동과 결연을 진행하고, 이후 가정법원 허가 절차에서 양육 태도와 환경 등을 실질적으로 심사하는 방향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남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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