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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닌 '트럼프의 전쟁'…결국 동맹들이 외면했다 [View]

중앙일보

2026.03.18 13:00 2026.03.1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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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단 한 번도 홀로 전쟁을 치른 적이 없다. 한국전쟁에서 아프가니스탄에 이르기까지, 나토 회원국은 미국 군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싸웠다.”(2024년 2월, 옌스 스톨텐베르그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나토 무용론에 반박하기 위해 꺼냈던 나토 수장의 ‘집단방위권’ 강조가 2년여 뒤 역설로 돌아왔다. 트럼프의 호르무즈해협 전투함 파견 요청을 나토 동맹 대부분이 거부, 사실상 미국 홀로 싸우라는 뜻을 밝히면서다. 트럼프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한국과 일본까지 거론하며 “누구의 도움도 필요없다”고 토로했다.

트럼프와 가까운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17일(현지시간) 호르무즈 연합 좌초와 관련, “그(트럼프)가 이렇게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소셜미디어 X). 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글에서 나토 회원국에 “더는 나토 국가들의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 호주, 혹은 한국도 마찬가지”라면서다.

이는 나토 동맹이 현대 국제안보 체제에서 가장 강력한 집단방위(Collective Defense) 조항(5조) 발동에 선을 긋는 데 대한 분노로 읽힌다. 핵심은 나토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공격당하면 모두가 공격당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다만 5조는 집단방위권의 발동 전제를 ‘북미와 유럽’으로 한정하고 있다. 또 해당 조약은 ‘무력 공격이 발생했을 때’를 상정한다.

이와 관련,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은 이날 “이란의 즉각적 위협이 없었음에도 이스라엘의 압박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며 사임했다. 나토 역시 유사한 판단을 한 것일 수 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도 개입 근거 조항이 있지만, 전제를 ‘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한 무력 공격으로 한정하고 있다. 미·일 상호방위조약도 ‘일본의 관할 영토’로 명시하고 있다. 한·일은 더더욱 중동 사태에 관여할 ‘계약서상’ 의무는 없다는 뜻이다.

이에 더해 나토의 전투함 파견 거부에 정치적 의지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건 이란의 튀르키예 공격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 알 수 있다. 개전 초반부터 이란은 미국의 전력이 모여 있는 튀르키예 남부 공군기지에 탄도미사일을 수 차례 발사했다. 나토 일원인 튀르키예에 대한 공격은 집단자위권 발동 여부를 협의하는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당사자인 튀르키예를 비롯, 나토 어느 나라도 명확히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이는 나토 회원국도 아닌 우크라이나가 침공당했을 때 미국을 필두로 앞다퉈 지원에 나선 것과도 비교된다. 이번에는 미국의 전쟁도 아닌 ‘트럼프의 전쟁’은 지원하지 않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일 수 있다. 미국이 전쟁 개시 전 다른 동맹과 사전 협의 없이 이스라엘과 독단적으로 움직인 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은 동맹을 경시해 온 트럼프식 고립주의가 역으로 미국을 고립시키는 자업자득으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

문제는 나토의 ‘합법적 거부’가 향후 동맹을 향한 트럼프의 ‘안보 무임승차’ 인식을 강화하는 명분으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데, 당장 주한미군을 포함한 전 세계 주둔 미군 자산의 차출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 관세 보복도 항상 유효한 카드다.





이유정.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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