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 예정인 공소청법을 놓고 검찰과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사이에서 우려와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사경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삭제한 것은 수사 개시 단계부터 기소에 이르기까지 양 조직이 수십년간 유지·강화해 온 협업 구조를 뿌리째 뒤흔드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특사경은 수사 전문성 부족의 문제로 줄곧 검사의 수사 지휘를 한층 강화해달라고 요구해왔는데, 민주당은 오히려 정반대로 수사지휘를 없애는 법안을 만들었다.
특사경 운영책임자 65명은 지난해 11월 대검찰청과 회의를 갖고 “특사경 제도 운용의 안정화를 위해 검사의 지휘·감독을 강화하고 수사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는 대부분 강제수사 단계부터 이뤄지는데, 특사경이 특정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부터 검사가 지휘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이 회의엔 고용노동부·관세청·국토교통부 등 20개 중앙행정기관 및 서울시·경기도 등 13개 지방자치단체 소속 특사경 운영 실무를 총괄하는 팀장·과장급 인사 65명이 참석했다.
━
"스크린하고 보완해 줄 수사지휘 필수적"
이들은 회의에서 특사경 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수사 실무에 대한 이해와 경험 부족을 꼽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특사경 운영책임자는 “특사경 자체적으로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수사 초기부터 사건별 ‘전담 검사’를 지정해 유기적으로 협력해주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수사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스크린하고 보완해줄 검사의 수사지휘가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청한 지자체 소속 특사경 운영책임자는 “검사의 지휘권을 삭제하는 민주당 검찰개혁안이 공개된 이후 내부적으로 어안이 벙벙한 상황”이라며 “입법 과정에서 검사의 수사지휘에 대한 의견을 묻는 조사가 있었는데 그때도 대부분 현행 지휘 제도가 유지되거나 강화돼야 한다고 답했음에도 현장의 의견을 아예 무시했다”고 말했다.
대검-특사경 회의에선 이외에도 “특사경과 각 지방검찰청 담당 검사의 신속한 의견 교환을 위해 핫라인을 구축해달라” “특사경 내부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수사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신임 특사경을 위해 검사 및 검찰 수사관에게 상담·자문을 구할 수 있는 멘토링을 실시해달라” 등 검찰의 지휘·감독을 강화해달라는 요청이 나왔다.
━
"지휘 없이 독자수사, 법왜곡죄 고소·고발까지"
특사경들이 수사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는 압수수색을 포함한 강제수사다. 압수수색의 경우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는다 해도 해당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엄격히 지켜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특사경은 수사 경험이 부족한 탓에 영장에 기재된 범위를 벗어난 증거를 위법하게 압수하거나, 영장 집행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고지해야 할 정보를 누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피의자가 기소된다 하더라도 재판부에서 위법수집 증거로 판단해 증거능력을 잃는다.
이와 관련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1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특사경은) 이제 검사 지휘 없이 독자적으로 수사해야 하는데 법왜곡죄로 고소·고발까지 받게 생겨서 일선의 어려움이 한층 가중되겠다”며 “구청에서 수백건씩 공소시효를 넘기고 방치해도 아무도 모르게 생겼고, 피해자가 수만 명인 대규모 방문판매 사건에서 압수수색 절차가 잘못돼 송치돼도 별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
"먼지털이식 수사와 무죄 반복될 것"
검사의 수사지휘가 폐지되며 기관장이나 지자체장이 특사경을 활용해 과잉 수사에 나서도 이를 통제하기 어렵게 됐다. 이같은 문제는 2023년 금융감독원 특사경이 카카오를 상대로 사실상의 ‘사냥식 수사’를 벌이다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난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SM엔터테이먼트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최대한의 권한을 행사해 책임을 묻겠다”며 카카오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특사경은 2023년 8월 김범수 창업자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10월에는 이례적으로 직접 김 창업자를 소환해 포토라인에 세웠다. 당시 금감원이 이같은 전방위 수사에 나선 배경엔 이 전 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카카오 때리기’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특사경의 수사권을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금감원은 이 전 원장의 취임 이후 특사경 규모를 2배 증원했고, 최근엔 자체적인 인지수사권을 확보하며 검찰의 사건 배정 없이도 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됐다.
각 기관이 수사에 대한 노하우나 전문성은 물론 제대로 된 인력조차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앞다퉈 특사경을 운영하려는 상황 역시 오히려 검사의 수사지휘를 비롯한 통제 장치를 늘려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사경 수사에 대한 검사의 지휘나 통제가 없으면 지자체장이나 정치권 입김에 휘둘리기 쉽다"며 "금감원 특사경의 카카오 수사처럼 먼지털이식 수사와 무죄가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법률 지식이나 수사 경험이 부족한 특사경 구조상 영장 집행 과정에서 인권침해나 위법수집증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작 죄를 지은 사람은 처벌하지 못 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