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체가 강물에 둥둥 떠서 빙빙 돌다가 다시 돌아오고는 했는데, 가냘프고 고운 열 손가락이 물 위에 떠 있었다. "
조선 후기 문헌 『연려실기술』은 단종의 마지막 모습을 이렇게 전합니다. 왕위를 빼앗긴 뒤 강원도 영월로 유배된 어린 임금. 열일곱 짧은 생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시신마저 강물에 던져져 그저 떠내려갈 뿐이었죠. 누구라도 그 시신에 손을 댔다간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테니까요. 그 서슬퍼런 위협에도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유일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영월에 사는 백성, 엄흥도였습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장항준 감독, 이하 왕사남)는 왕위와 목숨을 빼앗긴 어린 임금과 그 주검을 거두어 준 평범한 백성, 이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의 서사에 벌써 1300만이 넘는 관객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여운은 영화관 밖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단종의 유배지였던 강원 영월 청령포엔 관광객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세조의 무덤(광릉)엔 ‘세조, 네가 인간이냐’ 같은 악플과 별점 테러가 이어지고 있고요. 수백년 전의 인물들이 오늘날 사람들의 감정을 이토록 깊게 자극한 겁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단종의 비극은 소설과 영화·드라마 등으로 각색돼 익히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왜 지금, 모두가 단종에 열광하는 걸까요. 2026년을 사는 우리에게 단종의 슬픔이 더 깊게 다가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요? 그래서 조선왕조사를 연구해 온 역사학자 신병주(62) 건국대 사학과 교수를 만나 이렇게 물었습니다.
" 지금 전 국민이 ‘단종 앓이’에 빠진 이유, 대체 뭘까요? "
🫅광릉에 ‘별점 테러’…지금 우리가 ‘단종’에 빠진 이유
Q :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저도 개봉하자마자 봤습니다. 역사를 다룬 영화가 나오면 다들 저에게 내용의 진위를 물어보거든요. 얘기를 하려면 내용을 알아야 하니 사극이 나오면 항상 챙겨봅니다. 이번 영화에 대해 묻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것까지 묻더군요. ‘교수님도 울었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