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헌특위 구성은 결국 무산됐고, 여야는 ‘공소취소 국정조사’ 시행 여부를 둘러싸고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은 6·3지방선거와 동시 개헌 희망을 놓지 않았다.
의장실 관계자는 18일 통화에서 “특위 구성은 물 건너갔지만, 개헌은 가능하다”며 “제정당 간 개헌 논의를 위한 기구를 꾸려 4월 7일 안에 개헌안을 만들어 발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헌에 동의하는 정당을 중심으로 19일 간담회를 추진 중”이라 밝혔다. 우 의장도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개헌은 정쟁과) 다른 트랙으로 충분히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었다.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국민투표로 이어지기 위해선 의원 197명(재적 의원 295명 중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161석)과 범여 군소 정당 전체(18석)와 개혁신당(3석), 무소속 (6석)까지 포함하면 현재 의석수는 188석이다. 국민의힘에서 최소 9명이 이탈해 개헌안이 가결될 수 있다. 우 의장의 낙관론의 근거는 무엇일까.
일단 여권 내부의 분위기는 잡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개헌에) 관심을 갖고 진척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힘을 실었고, 같은 날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페이스북에 “법무부도 개헌 과제에 대한 법리 검토에 본격 착수하겠다”고 썼다.
우 의장이 믿는 건 ‘합의 가능한 최소한’이라는 개헌안의 내용과 헌법개정안 본회의 표결은 기명투표로 해야 한다는 국회법 규정(112조 4항)이다. 우 의장이 지난 10일 제안한 단계적 개헌안은 ▶비상계엄 국회 사후 승인권 ▶헌법 전문에 5·18 민주주의 정신 수록▶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명시가 골자다. 다른 의장실 관계자는 “국민의힘 내부에도 계엄 사과를 요구해온 집단이 있는 만큼 이름을 걸고 찬반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개헌 찬성을 택하는 의원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 전문 개정과 지방분권 명문화는 야당이 반대할 명분을 찾기 어려운 선언적 규정이라, 결국 개헌안에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하면 공개적으로 불법 계엄 재발 방지를 반대하는 셈이 돼 국민의힘 의원들도 신중히 선택할 수밖에 없을 거란 얘기다.
국회 상황이 우 의장의 기대대로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우 의장의 회견에 “한가하게 개헌을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쏘아붙였고, 같은 날 페이스북에 “개헌이라는 국가적 의제가 자칫 지방선거 프레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적었다. 같은 당 정점식 정책위의장도 지난 17일 “지방선거 이후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차분하고 책임 있게 추진하는 게 순리”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개헌 반대를 당론화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 전망도 엇갈렸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이 이미 지방선거에서 뭉치자는 의미에서 ‘절윤 결의문’을 선언했는데, 개헌을 위해 또다시 내분을 만들 유인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헌안의 내용 자체가 여야 모두가 합의 가능한 수준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안 표결 방법이 기명투표로 명문화된 것은 4·19 혁명 이후 장면 정부 시절인 1957년이다. 당시 내각제 도입을 두고 정치권의 갑론을박은 첨예했지만, 기명 투표의 압박이 작용하면서 ‘내각제 반대=4.19 혁명 정신 위배’로 해석되는 정치·사회적 분위기는 개헌안 표결에 그대로 반영됐다.1960년 6월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218인 중 총 투표자 211인, 찬성 208인, 반대 3인의 압도적 다수로 양원제와 내각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3차 개헌안이 가결됐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불법 계엄 재발은 막아야 한다는 사회 전반의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도 당시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