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다. ‘에픽 퓨리(Epic Fury)’라 명명된 이 공습에서 미군은 첫 24시간 동안 약 1000여 개의 표적을 타격했다. 전례없는 속도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의외로 미 공군의 최첨단 전력인 B-2 폭격기도, 핵심 무기인 토마호크도 아니었다. 바로 팔란티어의 인공지능(AI) 시스템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aven Smart System)’이었다. 위성 영상과 드론 정찰 데이터, 수십 년 치 정보 기록을 AI가 분석해 표적을 식별하고 우선순위를 매겼다. 인간 분석관이 수 주 동안 걸릴 작업을 AI가 수 시간 만에 처리한 것이다.
같은 날, 미군은 역사상 처음으로 자폭 드론 ‘루카스(LUCAS)’를 실전에 투입했다. 가격은 대당 3만5000달러(약 5220만원)로 한 발에 약 200만 달러(약 29억원)에 달하는 토마호크의 57분의 1 수준이다. 미군이 400발의 토마호크를 발사하며 지출한 비용은 약 8억 달러(약 1조2000억원). 같은 금액으로 루카스 2만3000대를 만들 수 있다. 전쟁의 경제학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이란까지…드론이 전쟁을 바꾼다 드론이 현대 전쟁의 주역으로 부상한 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다. 우크라이나군이 파괴한 러시아 장비의 60~70%는 드론에 의한 것이었다. 병사들은 탱크 대신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했다. 장갑차는 드론에게 좋은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는 450만 대의 드론 운용을 목표로 월 50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이란전에서 드론은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이란은 샤헤드 드론을 무기 삼아 이스라엘은 물론 카타르·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 등 9개국의 미군 기지와 민간 시설을 공격했다. 이란의 샤헤드 한 대 가격은 2만 달러(약 2900만원)에서 3만5000달러(약 5200만원)에 불과하지만, 이를 요격하는 패트리엇 미사일은 한 발에 수백만 달러가 든다. 저비용 드론이 고가의 재래식 방어체계를 무력화하는 비대칭 전쟁의 교과서가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드론이 전쟁의 근육이라면 AI는 두뇌다. 이란전에서 미군은 군사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AI 통합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그 핵심에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이 있다. 2017년 시작된 펜타곤 프로젝트 메이븐에서 발전한 이 플랫폼은 위성·드론 영상·전자정보·기밀 데이터를 통합해 실시간 상황도를 만든다. AI는 표적을 식별 및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는 지난해 이 시스템을 공식적으로 채택했고, 미 육군은 팔란티어와 100억 달러(약 14조9000억원) 규모의 10년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더 주목할 것은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Claude)’가 팔란티어를 통해 미군 기밀 네트워크에 투입됐다는 점이다. 2024년 최초의 민간 AI 모델로 군 기밀 시스템에 배치된 클로드는 현장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정보 데이터를 분석하고 표적 후보를 생성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란전 첫날 1000여 개의 표적을 타격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실리콘밸리와 펜타곤 사이의 균열도 드러났다.
앤트로픽은 자사 AI가 미국인 대상 대량 감시와 인간 감독 없는 완전 자율 무기에 사용되는 것을 거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고 연방정부에서 사용 중단을 명령했다. 역설적이게도 이란전이 한창인 지금, 아직 클로드를 대체할 AI가 없어 전쟁터에서는 계속 사용 중이다. 펜타곤 측은 앤트로픽을 다른 AI로 대체하는 데 최소 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AI가 너무 깊이 전쟁에 스며들어 이제는 만든 기업조차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실리콘밸리, 방산 산업의 새 주역이 되다 생성형 AI가 산업에 널리 쓰이며 전통적인 방산 대기업이 아닌 실리콘밸리가 전쟁의 핵심 공급자로 부상하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기업은 안두릴이다. 가상현실(VR) 기기 오큘러스의 창업자 팔머 럭키가 2017년 설립한 이 회사는, 2024년 매출 약 1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38% 성장했다. 이달에는 40억 달러(약 5조9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600억 달러(약 89조5000억원)를 달성했다.
안두릴의 핵심 경쟁력은 AI 운영체제(OS)라 할 수 있는 플랫폼 ‘래티스(Lattice)’다. 수천 대의 드론·센서·카메라 데이터를 통합해 3D로 전장 지도를 생성할 뿐 아니라 AI가 위협을 식별하고 추적한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건설 중인 공장은 연간 수만 대의 자율 무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자동차 공장처럼 자율 무기를 대량 생산하겠다는 구상이다. 팔란티어 역시 더는 데이터 분석 기업이 아니다. AI 기반 표적 식별 시스템 타이탄을 미 육군에 납품하고 NATO의 전장 표준 AI로 자리잡았다.
앤트로픽만 예외적으로 저항했을 뿐, 실리콘밸리의 대세는 이미 군사 협력으로 기울었다. 오픈AI는 2024년 초 사용 정책에서 무기 개발 및 군사 용도 금지 조항을 삭제했다. 지난해 6월에는 펜타곤과 2억 달러 규모의 계약도 체결했다. 구글 역시 지난해 2월, 2018년부터 유지해오던 ‘AI 무기 배치 금지’ 원칙을 철회했다. 민주주의 국가가 AI 개발을 주도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때 군사 기술을 기피하던 실리콘밸리의 윤리적 금기가 빠르게 해체되고 있는 셈이다.
방산 전문 스타트업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지난해 방산 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총 491억 달러로 전년 대비 두 배에 달했다. 쉴드 AI는 자율 비행 소프트웨어 ‘하이브마인드(Hivemind)’를 개발해 기업가치 56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드론은 GPS가 차단된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도 자율 비행에 성공해 200개 이상의 러시아 표적을 식별했다. 사로닉 테크놀로지는 AI 기반 자율 무인 군함을 개발하며 기업가치 40억 달러에 올랐다. 드론 전쟁이 하늘에서 바다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Y콤비네이터 최초의 무기 스타트업인 아레스 인더스트리는 기존 대함 순항미사일보다 크기가 10분의 1 정도 작고, 가격도 10분의 1에 불과한 저가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설립 11주 만에 모하비 사막에서 시제품 비행 테스트도 완료했다.
AI 전쟁 시대,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가 이란전은 AI가 전쟁의 보조 도구를 넘어 핵심 인프라가 된 최초의 대규모 전쟁이다. AI가 표적을 찾고 드론이 타격하고, 인간은 최종 승인 버튼을 누른다. 그러나 승인의 의미가 점점 형식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지난달 28일에는 미군이 이란 남부 초등학교에 오폭해 168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미군 내 예비 조사에 따르면, AI가 과거 군사 시설이었던 건물을 표적으로 분류한 오류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AI 속도에 인간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각국의 방위 예산은 디지털 역량을 향해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유럽 NATO 국가들의 방위비는 2020년 이후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맥킨지는 유럽 방위 지출이 2020년대 말까지 8000억 유로(약 13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AI와 드론은 전쟁의 문법을 다시 쓰고 있다. 문제는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그 기술을 통제할 제도와 윤리의 속도다. 전쟁터에서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 인간이 해야 할 일은 하나다. AI 전쟁의 윤리적 프레임워크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