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 두바이 쫀득 쿠기에 이어 봄동 비빔밥이 갑자기 유행을 탔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봄동 비빔밥 유행의 시작이 오래전 KBS ‘1박2일’에 나온, 강호동의 봄동 비빔밥 먹방 영상 때문이라는 것도 웬만하면 아실 겁니다.
그런데 최근, ‘1박2일’의 연출자였던 나영석PD가 “사실은 그게 봄동 비빔밥이 아니었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해 다시 화제가 됐습니다. 나PD는 1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채널 십오야’에 이명한 전 ‘1박2일’ CP와 함께 출연, 당시의 촬영 비화를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촬영 당시 출연자였던 할머니가 봄동이라고 말해 봄동이라고 자막에도 표기를 했지만, 나중에 먹어 보니 그 맛은 봄동 맛이 아니었다”며 “알고 보니 그때 먹었던 것은 얼갈이배추 겉절이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최근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봄동 비빔밥 열풍이 당시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착각에서 빚어진 거라는 증언이었죠. 이 증언을 들은 네티즌들은 "그럼 우리는 얼갈이배추비빔밥을 보고 봄동비빔밥을 먹은거냐"며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이 증언을 듣고 저는 좀 의아해졌습니다. 분명히 ‘1박2일’에서 강호동이 봄동비빔밥을 맛있게 먹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히 얼갈이가 아니라 봄동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기억이 틀린 것인지 직접 확인해 본 결과, 나PD의 저 증언에는 약간의 혼동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1박2일’에서 강호동이 ‘봄동비빔밥’이라는 음식을 먹은 것이 한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강호동의 '봄동 비빔밥 먹방' 영상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2008년 2월3일 방송된 전남 영광 편이고, 또 하나는 2011년 4월17일 방송된 경남 남해 편입니다. 영광편은 동네 경로당의 할머니들과 출연자들이 1일 조손 관계를 맺고, 할머니 댁에 가서 음식을 만드는 내용이고, 남해편은 ‘1박2일’에 가끔 등장하던 밥차 사장님이 모든 멤버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주방에서 ‘봄동’을 무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편 중 영광편에서 먹은 것은 봄동이 아니고, 남해편에서 먹은 것은 봄동이 맞습니다.
먼저 남해편에선 봄동 비빔밥을 먹을 자격을 놓고 팀 미션이 펼쳐지고, 미션에서 간신히 이긴 강호동과 멤버들이 다 같이 둘러앉아 비빔밥을 맛있게 먹습니다. 제가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이 남해 편에 나온 채소는 봄동이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1박2일’에서 강호동이 봄동을 먹었느냐 안 먹었느냐를 말한다면, 분명히 ‘먹었다’가 정답입니다.
다음은 영광편입니다. 나PD가 '18년 전'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나PD와 이PD는 이 영광편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여기에는 강호동이 한 할머니 댁의 텃밭에서 ‘봄동’을 캐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수확 장면을 보면, 누가 봐도 봄동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단 '십오야' 내용에서는 남해편의 존재가 아예 언급되지 않고 있는 것 뿐입니다.
아무튼 엉뚱한 겉절이를 먹은게 아닌가 잠시 놀라셨던 분들, 어떤 영상을 보고 봄동 겉절이를 드셨는지는 모르겠지만, '1박2일'에서 강호동이 봄동 겉절이를 맛있게 먹은 것은 확실하니 너무 허탈해 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팁. 어차피 봄동 열기가 끝물이라고 합니다만, 실제로 봄동의 제철도 이미 끝났다고 보아야 합니다. 매년 봄동이 가장 맛있는 시기는 양력 1, 2월이거든요. 제가 여러 해 전 봄동을 사러 시장에 갔다가, “누가 3월 중순에 봄동을 찾냐”고 타박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름은 봄동이지만, 봄에 먹는 게 아니라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먹는 게 봄동이라는 겁니다.
이제 새봄이 왔으니, 못다 드신 봄동 무침과 비빔밥은 내년 초에 다시 맛있게 드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