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 정책 토론회에서 “기업이 원하는 고용 유연성을 노동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며 “노동자 측에 힘이 충분히 확보되지도 못한 상태라고 저는 판단하기 때문에 (고용 유연성 확대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수용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선 “‘해고가 죽음이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 즉 사회 안전망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어 “노동계가 고용 유연성을 양보하는 대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그 비용을 고용 유연화로 혜택을 보는 기업이 부담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손실을 보기보다는 사회적 타협을 통해 균형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처럼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되 사회 안전망을 갖춰 일자리를 늘리는 선순환이 이상적”이라면서도 “문제는 불신이다. 양보했다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발언은 이 대통령이 행사 중에 “내가 아까 얘기를 하다가 빼먹은 게 하나 있다”며 다시 발언하며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선 “기업 입장에서는 정규직으로 뽑아 놓으면은 꼼짝 못하고 어떤 상황이 돼도 유연하게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고, 정규직 입장에서 한 번 정규직 지위를 잃으면 다시는 정규직 되기가 어려우니까 막 극단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며 “고용 유연성을 좀 확장하자”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이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1기 출범을 맞아 열렸다. 김지형 경사노위 위원장은 토론회에 앞서 첫 본회의를 연 뒤 “오랫동안 중단된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재개를 넘어 새로운 사회적 대화 2.0의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본회의 개최는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로 논의가 중단된 지 15개월 만이다.
이번 경사노위가 주요하게 다룰 첫 의제는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일자리’다. 공론화 분야의 권위자인 김 위원장이 직접 ‘인구 구조 변화와 일자리 공론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세대 상생, 양극화 완화 등을 논의한다. 대법관 출신인 김 위원장은 2017년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장을 맡아 사회 갈등을 합리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도 처음으로 공론화 기법을 도입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저출생 고령화라는 인구 구조 변화는 노사 관계에 국한되는 문제라기보다 국민 전체가 당면한 사회적 과제”라며 “찬반 선택형 논의가 아니라 해법을 설계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온·오프라인을 통한 대규모 국민 참여형 모델 등을 검토 중이다.
양대 노총의 한 축인 민주노총은 이번 경사노위에도 불참했다. 민주노총은 1999년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이후 공식적인 노·사·정 대화에 불참해왔다. 사회적 대화가 사실상 정부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돼 왔다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까지) 전부 모시지 못한 건 아쉽지만, 때를 기다리겠다”며 “민주노총과 대화가 완전히 단절된 상태는 아니다. 회의실에 머무르지 않고 공론의 장이 열리면 어디든 찾아가서 목소리를 듣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