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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정설에 삭발·사퇴까지 ‘동네북’된 이정현…"손대면 다 반발"

중앙일보

2026.03.19 01:28 2026.03.19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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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공관위 회의 결과와 공천 일정 등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천 혁신은 좋다. 그런데 ‘이정현 살생부’에 동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19일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 드라이브를 살생부에 비유했다. 지난 15일 사퇴 이틀 만에 복귀한 이 위원장은 현역 시·도지사와 중진 의원을 겨냥한 공천 배제(컷오프)를 연일 띄우고 있지만, 번번이 반발에 부딪히며 한 발짝도 못 나가는 형국이다. 한 초선 의원은 “이 위원장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손대는 지역마다 발칵 뒤집히면서 본인의 뜻을 관철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충북도지사 후보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만 해도 대구 지역 의원들이 이 위원장에게 집단 반기를 들었다. 대구시장에 출마한 현역 의원 5명을 제외한 의원 7명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회동을 열고 “대구 시민의 뜻이 반영되지 않은 인위적 컷오프에는 분명히 반대한다”며 “이렇게 해서는 시민의 지지를 받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기는 선거를 위한 당력을 결집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호영 의원도 같은 날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 위원장은 유튜버 고성국 씨가 추천했다”며 “고씨는 (대구시장 후보인)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잡고 대구 시내를 돌아다니며 라이브 방송을 하는 등 이진숙을 밀고 있다. 그래서 공관위가 저런다고 다들 이해하고 있다”고 ‘삼각 커넥션’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혁신 공천의 다음 타깃은 대구시장”이라고 공언하며 주호영(6선)·윤재옥(4선)·추경호(3선) 등 중진을 컷오프 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는데, 공천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암초를 만난 것이다.

이 위원장이 16일 김영환 충북지사를 컷오프 한 뒤 후폭풍도 만만찮다. ‘내정설’이 돌던 김수민 전 의원이 추가 후보 접수를 하자 파장은 더 커졌다. 18일 법원에 컷오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김 지사는 이날 삭발까지 하며 불복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조길형 전 충주시장은 19일 통화에서 “기존 후보를 무능력자로 낙인 찍었다.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고, 윤희근 전 경찰청장은 선거 운동을 잠정 중단했다.

부산 정가도 발칵 뒤집혔다. 이 위원장이 16일 비공개 공관위 회의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에 대한 컷오프 의지를 내비쳤다는 게 알려지면서다. 부산 지역 의원들은 물론 정희용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까지 우려의 뜻을 밝혔고, 박 시장과 경쟁하는 주진우 의원마저 경선을 촉구하면서 박 시장에 대한 컷오프는 무산됐다. 한 공관위원은 “이 위원장이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인지 공관위원들과도 사전에 상의하지 않고 컷오프 같은 굵직한 얘기를 불쑥불쑥 꺼낸다”고 했다.

사진 김영환 페이스북 캡처
다만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무관심보단 낫다는 당내 시각도 있다. “공천 논란이 이목을 끌면서 어찌 됐든 선거 이슈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것 아니냐”(당 지도부 인사)는 이유다. 한 수도권 의원은 “장동혁·한동훈 갈등이나 ‘절윤’ 등 과거 문제는 쏙 들어갔다”며 “부산·대구·충북 등 지역 후보들은 한 푼도 안 들이고 인지도를 높이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거두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공천 드라이브를 멈추지 않겠단 방침이다. 그는 19일 페이스북에 “결과를 보지 않고 섣부른 해석을 했다가 부끄러워질 수도 있다”며 “체통을 유지하셨으면 한다”고 썼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김수민 전 의원 등에 대한 내정설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규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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