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종종 ‘봄데(봄+롯데)’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봄에 유독 강한 팀이라는 의미다. 여름 이후엔 부정적인 뜻으로 돌변하지만, 지금은 봄. 아직은 희망 가득 찬 닉네임이다.
롯데는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에서 10-3으로 이겨 7경기 무패(5승 2무) 행진을 이어갔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시범경기 성적이 좋았다. 1983년 시범경기가 시작된 이래 지난 시즌까지 총 11차례 1위에 올라 역대 최다 기록을 보유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3년 연속 우승도 해냈다. 올해도 12번째 시범경기 1위를 향해 순항 중이다. 1992년 이후 34년째 한 번도 우승을 못 한 정규시즌과는 딴판이다.
각 구단은 시범경기 기간에 개막을 앞둔 선수들의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경기 후반엔 주전 선수가 대거 빠지고, 백업 경쟁자들이 나와 기량을 점검한다. 전력으로 맞붙는 승부가 아니라 승패는 크게 의미 없다. 정규시즌 성적과도 별개다. 실제로 롯데는 2022년 시범경기를 공동 1위에 마쳤지만, 정규시즌 성적은 8위였다.
그래도 실전 점검을 기분 좋게 마치면 선수단 사기가 올라간다. 특히 롯데는 개막 전 분위기 전환이 절실했다. 지난달 대만 타이난 스프링캠프에서 일부 선수가 불법 도박장에 출입하다 적발돼 KBO로부터 30~5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 여파로 전력 손실이 컸고, 팀 분위기도 잔뜩 가라앉았다. 시범경기 개막과 동시에 연승 가도를 달리면서 그 그림자를 조금은 털어냈다.
롯데 타선이 두산 선발 투수 잭 로그를 공략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로그는 지난 시즌 롯데전 5경기에서 모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해내면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36을 기록한 ‘천적’이었다. 그런데 롯데 타선은 이날 로그를 상대로 2회까지 7점을 빼앗았다.
윤동희가 비거리 125m짜리 대형 2점 홈런을 터트렸고, 손호영(2개)·한태양·노진혁이 2루타를 쳤다. 로그의 피안타 8개 가운데 5개가 장타였다. 로그는 3회 이후 안정을 찾으면서 탈삼진 7개를 뽑아낸 뒤 4이닝 동안 투구 수 74개를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롯데 선수단은 대승 후에도 더그아웃과 회의실에 모여 경기 내용을 복기하는 시간을 보냈다. 시범경기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승리의 주역인 윤동희는 “지금의 흐름을 유지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개막 시리즈에서는 더 완성도 있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롯데는 7회 전준우·전민재의 연속 적시타 등을 묶어 3점을 추가했고, 선발 투수 김진욱은 5와 3분의 1이닝 2피안타 5탈삼진 2실점으로 잘 던졌다. 두산 새 외국인 타자 다즈 카메론은 6회 3점 홈런을 터트려 KBO리그 공식 경기 첫 홈런을 신고했다.
한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마치고 이날 복귀한 KT 위즈 안현민은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 1회 말 첫 타석에서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이 타구는 왼쪽 담장을 넘어 무려 130m를 날아가는 장외 홈런이 됐다. LG 트윈스 송승기는 인천 SSG 랜더스전에 선발 등판해 3과 3분의 1이닝 동안 홈런 하나를 맞고 2실점 했다. 그는 WBC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지만, 한 경기도 던지지 않고 돌아왔다. 통산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인 최정(SSG)은 2경기 연속 아치를 그렸다.
한화 새 외국인 투수 오웬 화이트는 KIA 타이거즈와의 대전 홈 경기에서 5이닝 4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져 합격점을 받았다. 한화 김태연은 9회 말 끝내기 홈런을 쳤고, 허인서는 4호포를 쏘아올려 1위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