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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의 마켓 나우] 호르무즈 청구서, 누가 내고 누가 버는가

중앙일보

2026.03.19 08:04 2026.03.1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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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 연세대학교 디지털통상연구센터 연구교수
2026년 3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에너지 쇼크를 넘어선 쓰나미로 아시아를 덮치고 있다. 이전 분쟁이 유가 충격에 그쳤다면, 이번 위기는 비료·식량·물류망을 동시에 타격한다는 점에서 파급의 차원이 다르다.

해협을 통과하는 비료 원료 무역의 33%가 차단되자, 요소 가격이 일주일 만에 40% 폭등했다. 바이오연료와 석유화학의 원료인 메탄올 가격도 동남아에서 24% 급등하며 인도네시아의 에너지 전략에 부담을 더했다. 여기에 전쟁 보험료와 운임이 50% 치솟으며, 농산물 수출 의존도가 높은 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의 수출 전선에 경고등이 켜졌다. 채산성 악화와 물가 상승으로 경제성장률 하방 압력이 거세지는 위기다.

그러나 이 위기는 역설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호르무즈 봉쇄는 에너지 문제를 단순한 경제 이슈에서 생존의 안보 리스크로 격상시켰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태양광 발전 단가가 화석연료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년간 루프탑(옥상) 태양광을 급속히 보급한 파키스탄은 이번 LNG 충격을 과거보다 훨씬 완화된 형태로 흡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이 태양광 설치를 두 배 넘게 몰아붙였듯(2021년 26GW에서 2024년 66GW), 아시아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속할 것이다. 유가가 다시 내려가도 한 번 각인된 에너지·안보 리스크는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전방위적 압박 속에서도 기회를 잡는 기업들은 반드시 있다. 인도네시아 팜유 산업에서 업스트림(재배·원유 생산)과 다운스트림(가공·소비재) 기업 간 희비가 극명하게 갈린다. 고유가로 인한 바이오디젤 수요 폭증과 비료 수급난이 팜유 가격을 밀어 올리자, 팜유 원유(CPO)를 직접 생산하는 켄차나아그리는 올해만 주가가 67% 급등했고, 퍼스트 리소스와 부미타마아그리도 각각 36%, 24% 올랐다. 반면 원룟값 상승과 물류비 폭등을 떠안은 다운스트림 기업들은 마진 압착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에너지와 원자재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은 위기 때마다 직격탄을 맞지만, 자원 업스트림을 보유한 신흥국에 가격 상승은 오히려 완충 지대가 된다. 일부 신흥국이 예상보다 잘 버티는 이유는 결국 산업구조의 차이다.

위기는 끝난다. 문제는 그 이후, 공급망 어디에 서 있었느냐와 재생에너지 전환을 얼마나 서둘렀느냐다. 이 두 질문이 기업과 국가의 성장 잠재력을 가른다. 같은 파고도 누구에게는 위기고, 누구에게는 구조적 전환의 기회다. 에너지를 수입하는 나라는 위기도 수입한다. 에너지를 만드는 나라는 기회도 만든다.

고영경 연세대학교 디지털통상연구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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