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한 빌라에서 30대 남성과 미성년 자녀 4명 등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초등학교에 입학생이 며칠 째 등교하지 않자 담임교사가 112에 신고했고, 경찰이 현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참극이 드러났다.
19일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48분쯤 울산 한 주택가의 빌라 안방에서 30대 남성 A씨와 자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아이가 등교하지 않고 보호자와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서 가족 모두 숨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숨진 자녀는 딸 3명과 아들 1명이다. 첫째는 2019년생으로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2021년생, 2023년생, 2025년생이다. 4명 가운데 3명이 미취학 아동으로, A씨가 사실상 어린 자녀들을 홀로 돌봐온 상황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의 배우자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지난해 말부터 함께 살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현장 안방에선 A씨가 자살에 사용한 물품 등이 발견됐다. A4 용지 1장 분량의 유서도 나왔다. 유서는 배우자에게 남긴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미안하다’는 내용과 함께 ‘아이 넷을 키우는 것이 힘들다’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일용직으로 주로 일을 하다가 최근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특별한 직업이 없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1차 검안 결과를 토대로 사망 원인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외부 침입 흔적이나 타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사망 시각은 발견 이틀 전인 지난 16일 오후 9시쯤으로 추정됐다.
수사 과정에서 해당 가정이 이전에도 학교 신고로 점검 대상에 올랐던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1월 5일 첫째 자녀가 예비소집에 나오지 않고 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교사의 신고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학교 측 연락처 입력 오류로 보호자와 통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일에는 담임교사가 첫째가 며칠째 결석해 아동 방임이 의심된다고 신고했다. 당시 경찰과 지자체 공무원이 함께 집으로 가서 아이들을 확인했다고 한다. A씨는 혼자 자녀 넷을 양육하는 데 따른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건강보험료도 체납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자체 관계자에 따르면 A씨 가정은 지난해 초 지자체 ‘(복지) 사례 관리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지난해 3~5월 3개월간 긴급 생계·주거 지원금 등 800여만원이 지급됐다고 한다. 이후에도 5차례에 걸쳐 식료품·생필품이 추가 지원됐다. A씨 가정에는 매월 140만원 정도의 아동수당과 부모급여가 지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자체 관계자는 “지난달 기초생활수급자 제도 등을 안내했지만 A씨가 지원 신청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9일까지 동네 편의점에 과자 같은 외상값은 17만원 정도 있다는 진술이 있다”고 말했다.
강민희 호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교 신고가 아니었다면 장기간 드러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행 사회 안전망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계 기반이 약화되면서 공공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위기가정은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며 “특히 미취학 아동이 있는 취약 가정은 조기 위험 발굴과 개입이 어려운 만큼, 이웃 간 관계 속에서 돌봄이 지속적으로 작동해야 위기를 사전에 포착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