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부조리극 같다. 검찰 개혁에 대한 ‘당·정·청 협의안’ 발표 전후, 여권은 이치에 맞지 않는 연극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관객과 소통이 안 되는 부조리극처럼 당·정·청의 말잔치는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가장 궁금한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폐는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했을 뿐 가타부타 설명이 없다. 무소불위의 정치 검찰을 개혁하는 것엔 동의하지만 그 기본 시스템을 없앴을 때의 허점은 따져볼 기회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누군지도 모르는 고도(Godot)를 기다리는 부조리극의 주인공처럼, 국민은 그저 기다리기만 하라는 얘기인가.
지난 17일 오전 9시 긴급 기자회견부터 아리송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검찰 개혁 관련 논란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며 “귀한 결실을 보게 된 건 국민의 지지와 이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 덕분”이라고 했다. 공소청 법안과 중대범죄수사청 법안에서 공소청 검사의 수사 개입 여지를 둔 조항이 사라졌다. 영장 청구·집행 지휘권,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지휘·감독권, 중수청의 수사 착수 통보 조항이 삭제됐다. 강경파의 뜻이 반영된 것이지만, 정작 법사위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미완성이라고 했다. 그는 “수사 절차법인 형사소송법의 전면 개정을 통해 반드시 수사와 기소 분리 원칙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는 검사의 수사권과 보완수사권(196조), 보완수사요구권(197조의 2)이 규정돼 있다. 그런데 ‘관철시켜야’ 한다니. 당·정·청이 원보이스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공교롭게 한 시간 뒤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도 그답지 않은 애매한 발언을 했다. “정청래 대표가 발표했어요? 그러면 이제 다 된 거예요?”라고 한 뒤 “검찰 개혁의 핵심은 수사는 수사기관이 하고 검찰은 수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여의 소지도 최소화하고… 최소화, 또 뭐라고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소화라는 표현에 신경을 쓴 것은 보완수사권 존치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숙의가 중요하다”며 그동안 논의 과정에 아쉬움도 나타냈다.
두 장면은 당·정·청이 보완수사권 존치 논란에서 솔직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앞서 이 대통령은 “보완수사권이 예외적으로 필요하다”(1월 기자회견)고 했고, 이를 철회하지 않았다. 변호사로 반평생을 살면서 경찰의 ‘장난질’을 지켜본 이 대통령은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소신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측근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증거를 보완하라고 하지 못하면 사건을 돈 받고 덮어버리는 것도 해결하지 못하게 될 것”(중앙일보 인터뷰)이라고 했다.
협의안 발표 다음 날 김어준씨의 유튜브에 출연한 정 대표의 속내도 컴컴해 보인다. 그는 이 대통령의 개혁안 추인을 칭찬하며 ‘이심정심’이라고 했다. 그런데 잠깐, 김어준 유튜브가 어떤 곳인가. 불과 열흘 전 ‘공소취소 거래설’을 터뜨려 정부의 검찰 개혁 진정성을 산산조각낸 무대 아닌가. 당시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보완수사권과 대통령에 대한 공소취소를 거래하려 한 용의자 취급을 받았다. 그 엄청난 음모론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이 검찰 개혁 축하 파티를 여는 처신이 과연 대통령에 대한 예의인가. 정 대표는 “중간에 내용이 새면 반격이 올 수 있어 철통보안 속에서 논의했다”는 뒷얘기까지 풀었다. 바로 전날 “터놓고 소통하며 지겨울 정도로 숙의해야 한다”고 한 대통령의 당부는 한 귀로 흘렸다.
당·정·청의 모습에서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을 느낀다. 앞뒤 안 맞는 상황, 어정쩡한 수습이 반복되는 건 감출 게 많기 때문이다. 6월 지방선거, 8월 당 대표 선거가 다가올수록 계파별 비밀스러운 셈법은 늘어날 것이다. 걱정스러운 건 그런 계산속으로 정체불명의 형사사법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이 최대 피해자가 되는 부조리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