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정당은 거액의 후원자 없이 일반 당원의 당비로 운영된다. 정당들이 경쟁을 줄이고 국고 지원을 공유하면 카르텔정당이라 한다. 우리 정당들은 어느 쪽일까. 점점 분명해지는 사실이 있다. 큰 당일수록 선출직 공직자가 되고자 하는 후보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큰 돈을 번다는 것이다. 이것이 틀림없는 사실이라면 ‘새로운 정당 유형의 출현’으로 국제학계에 보고될 만한 일이다. 정당이 공직 진출권이라는 독점 상품으로 권리금을 받아 번성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도 다르지 않지만, 이번 선거에서 압승이 예상되는 민주당은 안성맞춤 사례다.
공천권 장사하는 거대 정당
후보자의 헌신을 이용해 번성
선거 비용의 사후 보전을 유혹
새로운 정당 유형의 출현 예고
국고보조금이 민주당 운영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총수입 가운데 가장 큰 항목은 이월금이다. 올해 1월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2024년 정당의 활동개황 및 회계보고’를 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이월금 합계는 2489억이다. 국고보조금 합계는 1884억에 그쳤다. 2026년 올해는 훨씬 더 큰 규모의 이월금이 발생할 텐데, 비결은 특별당비에 있다. 민주당의 당비는 일반당비, 직책당비, 특별당비로 구성된다. 2024년 당비 총액은 376억원이었다.
그런데 특별당비 부분에서 놀라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은 3월 중순 현재 후보자등록과 심사를 마치고 예비경선에 들어갔다. 등록비는 1인당 50만원, 심사비는 기초의원 3백만원, 광역의원 4백만원, 기초단체장 6백만원, 광역단체장 8백만원 정도였다. 경선기탁금은 선거구 크기에 따라 다른데, 심사비와 큰 차이는 없었다. 후보들이 낸 이 돈을 민주당은 “반환하지 않는 특별당비”로 잡는다.
전체 규모는 얼마나 될까. 경쟁률을 일률적으로 3대 1로 낮게 가정하는 대신 금액 감면이나 면제 사유 등 기타 조건을 무시하고 결과를 추정해 보자. 17개 광역단체장 후보는 51명으로 가정했다. 1인당 등록비·심사비·기탁금은 1650만원이다. 총액은 8억원이다. 같은 방법으로 226개 기초단체장 후보는 총 678명이고, 1인당 납부한 1250만원의 총액은 85억원이다. 872개 광역의원과 2988개 기초의원 후보도 3배수로 계산하면 각각 222억원과 583억원이다. 다 더하면 총 898억원이다. 2024년 한 해 동안 민주당이 걷은 당비 전체(376억원)의 2.4배나 되는 돈을 오로지 특별당비로, 그것도 2개월 반 만에 걷은 대기록이 아닐 수 없다.
직책당비라고 다를까. 그렇지 않다. 직책당비를 내는 당직자의 상당수는 공직 후보 희망자다. 그들의 직책당비는 미래의 공직 희망 후보자가 미리 납부한 돈에 가깝다. 당 소속 공직자도 다르지 않다. 그들 역시 당내 경선을 거쳐야 그 자리에 간다. 그들 가운데 시·도지사는 월 1백만원, 기초단체장은 월 50만원, 광역의원은 월 20만원, 기초의원은 월 10만원의 직책당비를 낸다. 미래의 당 소속 지방 공직자가 낼 직책당비만 연 30억원에 이를 것이다. 일반당비도 마찬가지다. 일반당비를 내는 권리당원의 절반 이상은 지금의 후보자들이 매집한 당원들이다. 이들이 낸 당비는 대납되거나 보상받는다. 이 비용 역시 후보자들이 감당해야 한다. 1백만 명 정도의 권리당원 가운데 50만 명이 매집 당원이라면 그들의 6개월 당비 30억원도 후보자들의 부담이다.
이 모든 일이 후보자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미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썼다. 4월 예정인 본경선과 결선투표 때는 여론조사비를 포함해 또 돈을 내야 한다. 경선에서 탈락하면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다. 몇 표를 얻었으며 왜 탈락했는지조차 당은 말해주지 않는다. 항의해도 소용이 없다. 비밀투표가 아니라 비밀 개표가 당의 원칙이라는 말만 들을 것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한 가맹주의 처지보다 훨씬 못하다. 당은 돈을 받고 경선을 관리만 할 뿐, 하는 게 없다. 이념도 정책도 제공하지 않는다. 그럴 실력도 없다. 그저 상대 당이 승리하면 나라 망한다는 적대적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이 전부다. 당원들은 선거운동에 나서지 않는다. 후보 각자가 알아서 유급 선거운동원을 돈 주고 구매해야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당선되면 후보자들은 그간 지출한 천문학적 비용을 보전할 은밀한 방법을 찾는다. 말로만 풀뿌리 지방선거일 뿐, 실제로는 돈 잔치가 우리의 지방선거이자 정당정치가 되었다.
대중정당은 가치를 공유하는 당원들이 당비를 걷고 선거운동을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카르텔정당은 국고에 의존하고 그에 책임을 지는 공기업에 가깝다. 형태는 달라도 이들은 자기 당을 대표하는 공직 후보자를 길러내는 최소한의 정당 기능을 한다. 우리는 어떤가. 당은 공직 후보자 양성 기관이 아니다. 후보들은 알아서 성장해야 한다. 공천을 받으려면 당원을 매집하고 직책도 맡고 막대한 당비를 내야 한다. 기묘한 정당 생존법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