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1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중동 사태와 양국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는 매우 훌륭한 관계를 갖고 있고 무역과 다른 많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일본 총선거 전 다카이치 총리 공개 지지를 선언한 일을 거론하며 “저는 다카이치 총리를 매우 존경하기 때문에 지지를 표명했고 그녀는 일본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선거를 치렀고 역대 최다 득표로 승리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대(對)이란 전쟁과 관련해 “우리는 모든 면에서 일본으로부터 엄청난 지원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일본이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와는 달리 정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 참여 요청에 영국ㆍ프랑스ㆍ독일 등 나토 주요국이 거절 의사를 밝힌 데 대해 거듭 실망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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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이란 핵무기 결코 허용 안돼”
다카이치 총리는 “전 세계의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 도널드뿐이라고 굳게 믿는다”며 “저는 우리 목표를 함께 달성하기 위해 국제사회 많은 파트너들에게 손을 내밀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된다”며 “일본은 이란이 인접 지역을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것과 같은 행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또 “일본과 미국 양국이 더욱 강하고 번영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할지에 대해 논의하기를 고대하고 있고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도 준비해 왔다”며 “에너지와 광물 등 중요 분야에서 경제 안보 협력을 중심으로 한 논의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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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어디에도 지상군 파견 안할 것”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 후 이어진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이란 지상군 파병 방침에 대한 기자 질문에 “어디에도 (지상군) 병력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 “유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국방부(전쟁부)가 이란 전쟁을 위해 2000억 달러(약 300조원)가 넘는 추가 예산을 백악관에 요청한 것과 관련해 “우리는 이란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 이상의 많은 이유를 들어 요청하고 있다. 세상은 매우 불안정하고 군사 장비, 특히 일부 무기의 위력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답했다. 특히 “우리는 방대한 양의 탄약을 원한다”며 “이미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이 지원하면서 재고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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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미군 4만5000명” 거론하며 파병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과 관련해 일본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에는 미군 4만5000명이 주둔해 있고 우리는 일본에 많은 돈을 쓰고 그런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일본이 (이번 전쟁에) 나서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일미군의 실제 규모는 약 5만 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안전 보장을 위해 일본과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며 안보를 지켜왔다는 점을 부각하며 호르무즈 연합군 참여를 압박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직히 말해 우리는 일본이나 다른 누구에게서도 아무것도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사람들이 나서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일본을 두고 “석유의 90% 이상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온다. 그래서 나서야 할 큰 이유가 되는 것”이라며 호르무즈 연합군 참여를 거듭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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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진주만 공습, 왜 미리 말하지 않았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격 전 왜 유럽과 아시아, 특히 일본 같은 동맹국에 알리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는 “작전을 개시했을 때 기습 효과를 원했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기습에 대해 누가 일본보다 더 잘 알겠나. 왜 진주만 공격에 대해 저에게 말해주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일본이 1941년 12월 7일 미국 태평양 함대를 무력화하기 위해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한 점을 들어 대이란 군사작전을 비밀에 부친 점을 정당화한 것이다. 미국과 일본 간 태평양 전쟁의 시발점이 된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다카이치 총리 면전에서 거론하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진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십년간 미국 대통령들은 일본의 진주만 공습에 대해 가혹하게 말하는 것을 피해 왔고 그 대신 2차 대전 이후 변함없는 동맹인 일본과의 관계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달랐다”고 보도했다.
당초 이날 오전 11시 15분 잡혀 있었던 양자 회담은 예정된 시간보다 30여 분 지연된 11시 48분쯤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21일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 백악관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말 일본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진 적은 있어 두 정상의 양자 회담은 두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