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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접을까" "출항 포기"…기름값 폭등에 착잡한 농어촌

중앙일보

2026.03.19 13:00 2026.03.1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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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에 올해 연료비 두배”

17일 오전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감귤 농가에서 농장주 김영환씨가 익어가는 카라향을 걱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충일 기자
“농사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지난 17일 오전 11시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만감류(晩柑類) 시설하우스. 약 1650㎡(500평) 규모 비닐하우스 안에서 4월이 제철인 카라향 감귤이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있었지만 농민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3년 전 귀농한 김영환(46)씨는 기름(등유)탱크를 가리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무관세 만다린 수입에, 중동 사태 이후 기름값이 계속 올라 이중고”라며 “2000L짜리 기름탱크가 20~30일 정도면 바닥나는데, 올해는 연료비가 두배는 들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농촌서 주로 사용하는 등유가격 폭등

17일 오전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감귤 농가에서 농장주 김영환씨가 기름(등유) 탱크를 가리키고 있다. 최충일 기자
이란전(戰)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유가가 오르는 가운데 농어업 종사자들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1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기준 국내 주유소 평균 실내 등유 판매 가격은 L당 1574.82원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지난달 28일(1313.88원) 대비 19.9%(260.94원) 상승했다. 같은 기간 휘발유는 1627.71원에서 1901.60원으로, 경유는 1490.70에서 1924.45원으로 각각 올랐다.



5월 수확 하우스감귤 농가 ‘비상’

17일 오전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감귤 농가에서 5월 수확을 목표로 자라는 중인 하우스 감귤. 최충일 기자
특히 봄철 밤 기온이 떨어지면 보일러를 밤새 가동해야 하는 제주 하우스 감귤 농가는 비상이다. 열매가 자라는 시기에 내부 온도를 섭씨 24도까지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등유 보일러의 대안인 전기 가온 시설의 부담도 적지 않다. 3300㎡(1000평) 하우스에 고압 전기 시설을 하려면 약 1억원의 초기 비용이 든다. 하우스 감귤 농사를 짓는 김찬조(73)씨는 “지난해 4000만원이던 전기세가 올해 이미 5000만원이 넘었다”며 “5월 출하인데, 남는 게 거의 없지 않을까 걱정”이라 했다.



값은 하락, 기름값은 올라...대저토마토 축제 울상

부산 대저토마토. 사진 중앙일보
부산의 490여 토마토 농가는 오는 21일 열리는 ‘대저토마토축제’를 앞두고 울상이다. 등유가격이 두배가량 올랐는데 토마토값은 떨어져서다. 작년 대저토마토 2.5kg 들이 가격은 1만5000원이었는데 올해는 1만1300원으로 24.7% 하락했다. 류태원 대저농협 조합장은 “연간 7000만원 정도 수익이 났는데, 올해는 4000만원도 벌기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강원도 채소 농가도 가슴을 졸이고 있다. 춘천시 신북읍에서 2970㎡(900평) 규모로 청경채·얼갈이배추·당근 등을 재배하는 신용철(56)씨는 “4월 말까지 난방을 하려면 앞으로 3000L의 등유가 더 필요한데 지원은 줄고 유가가 올라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높아진 유가는 농기구 사용도 어렵게 하고 있다. 충남 금산군에서 깻잎을 재배하는 채종철씨는 “기름값이 올라 트랙터 등 농기구를 사용하는 것도 망설여진다”고 했다.



어업인도 “출항 포기 늘었다”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봄철 출항에 나서는 어선들. 중앙일보
어촌계의 시름도 깊다. 부산시 어업인 안상섭(64·영도구)씨는 출항 횟수를 줄였다. 그는 “한번 출항에 12만원씩 나가던 기름값이 18만원이 됐다. 40년 어업 인생에 이렇게 힘든 적이 있었나 싶다”며 “30만 원치 생선을 잡아도 기름값 빼고 나면 10만원도 안 남아서 자주 출항을 포기한다”고 했다.



정부 추경안, 지자체 현금성 지원...농협 면세유 할인

미국과 이란 간의 중동 전쟁 여파로 국내외 기름값이 연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충북 청주시의 한 셀프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등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와 지자체와 농협 등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협은 농가 유가 부담 완화를 위해 총 300억원 규모의 긴급 수혈에 나섰다. 면세유 할인 지원에 250억원을 투입하고 농협 주유소 할인에 50억원을 지원한다. 경남도는 오는 5월 1일부터 전 도민(약 330만명)에게 ‘경남도민 생활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전남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 안전을 위해 6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추진한다. 경북도는 기존 미국) 관세 부과 관련 경영 애로 기업에 한정했던 ‘관세대응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상을 중동 정세 불안의 영향을 받는 기업까지 확대키로 했다. 정부는 중동발 고유가 대응안을 담은 추가경정예산안을 이달 국회에 제출해 다음 달쯤 확정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가 대상 한시적 유가연동보조금과 비료 보조사업 등을 고려한 추경안을 준비 중”이라며 “확정 전까지 업계 의견을 적극 반영할 것”이라 했다.







최충일.김방현.이은지.박진호.황희규.백경서.안대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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