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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는 이란인에 "가족 죽인다" 메시지…BTS 공연 앞 비상

중앙일보

2026.03.19 13:00 2026.03.1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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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낮 12시쯤 광화문광장에서 21일 열릴 방탄소년단(BTS) 컴백공연 준비 현장을 지켜보는 시민들. 김예정 기자

이란 전쟁의 여파가 국내 테러 우려와 체한 이란인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지면서 시민들 사이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오는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을 앞두고 근거가 불확실한 ‘테러 예고설’까지 돌면서 경찰이 기동대 투입은 물론 국제행사 수준으로 특공대 경비를 강화하기로 했다.

오는 21일 BTS의 광화문광장 공연을 앞두고, 일부 소셜미디어(SNS) 등에선 이란 정부 측 SNS에 광화문광장 사진과 함께 테러를 암시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또 광화문광장은 인근에 미국 대사관과 이스라엘 대사관이 있어 이란 테러리스트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정부는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19일 0시부터 21일 자정까지 종로구·중구 일대 테러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 조정했다. 경보 단계는 테러 위협 정도에 따라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로 구분된다. 경찰은 행사에 관람객 최대 26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31개 출입구로 인파를 분산시키는 ‘스타디움형 인파관리 방식’을 적용해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행사를 이틀 앞둔 19일 낮 12시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만난 상인들과 시민들 사이에선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큰 행사도 예정돼 있어 걱정이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편의점 점주 A씨는 “행사 당일에도 영업 예정인데, 테러가 진짜 발생하기라도 하면 큰일”이라고 우려하면서 “경찰들이 많이 배치된다고 하니 별일 없을 거라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덕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중동·이슬람센터 정치·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은 전쟁에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과 동맹국이고 공연장 근처에 주한 미국대사관이 있다는 점에서 테러 위험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2018년 한국으로 유학 온 로사(27·가명)가 지난 1월 인스타그램으로 받은 DM 캡처. 이란 정부를 비판한 스토리에 상대가 보낸 답장에는 로사씨의 실명과 함께 “아버지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협박이 담겨있다. 독자 제공

반이란 성향의 체한 이란인들에 대한 신변의 위협도 잇따르고 있다. 2018년 한국으로 유학 온 로사(27·가명)는 지난달 중순부터 매일 SNS에서 정체 모를 계정들로부터 협박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엔 로사의 실명·주소와 함께 욕설이 담겼다. 이란 정부를 비판한 게시글에 대한 답장으로 “더 말하면 가족을 죽여버리겠다”고 적기도 했다. 로사는 “이란에서 인터넷과 전화가 자주 끊겨 부모님 걱정되는데, 우리집 주소까지 안다고 하니 두렵다”고 말했다. 한국에 살며 반이란시위에 자주 참여한다는 한 이란인은 “일주일 전 이란 정부가 나와 주변 이란인들의 현지 재산을 압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일부는 이란에 있는 가족들이 정부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고 했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는 “이란 국영방송이 국내외 반정부 활동 처벌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데다 정보원들이 해외 거주 이란인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협박은 실질적 위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란 정부가 해외 반이란 움직임에 대한 감시 수위를 높이는 이유가 대내외적으로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한다. 이란은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해 국제적 비난을 받고 최근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지도부가 사실상 붕괴되며 체제 위기감이 커진 상태다. 지난달 28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가 공습으로 사망한 데 이어 최근 이란의 안보 수장 격인 알리 라리자니까지 피살당했다. 구 교수는 “최근 이란 정권은 안팎의 혼란으로 인해 입지가 약해진 상황”이라며 “힘을 보여주고자 해외 반정부 이란인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더 강하게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광화문광장에 준비 중인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 무대 설치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이란 정부가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동향까지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다 시민들 우려도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는 21일 광화문 일대 안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은 행사 당일 공연장 한가운데인 광화문역 7번 출구 앞에 현장지휘본부를 설치하고 광장에 안티드론차량과 고공관측차 등 첨단 장비를 배치한다. 공연 당일 경찰 인력은 기동대 72개 부대 등 총 6729명과 형사 35개 팀 162명이 투입된다. 특공대도 국제 행사 수준으로 배치한다. 경찰은 관람구역 바깥에 인파 관리선을 설정하고 그 안에는 약 10만명의 인원만 수용할 방침이다. 인파 관리선 안에서 공연을 보려는 관객들은 문형 금속탐지기(MD)를 통과하는 등 위험 물품에 대한 검문·검색을 받아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세계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다중이 밀집하고 여러 나라로 실시간 송출되는 행사라는 점, 광화문 일대에 정부서울청사 등 주요기관이 모여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테러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지휘부도 현장을 방문해 직접 무대와 주요 동선을 점검하고 특공대 장비 배치와 인파 관리 계획을 재확인하는 등 현장 안전점검을 진행했다. 18일에는 박정보 서울경찰청장과 이철희 종로경찰서장 등이, 19일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현장을 찾았다.



김예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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