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시행 일주일만에 법원과 검찰·경찰 전반에 긴장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일선 판·검사들 사이에서는 고소·고발의 부담이 급격히 커지면서 사건 처리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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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에 내던져진 느낌”…심리 위축 우려
판사들은 단순한 판결 불복이 곧 법왜곡죄 고소·고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판사들로서는 그야말로 야생으로 내던져진 느낌”이라며 “언제든지 올가미에 걸려들 수 있는 것 아닌가. 특정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면 판결을 다 털어서 상급심에서 파기된 사건이 있으면 ‘법을 왜곡했다’고 고발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지난 12일 법왜곡죄 시행 후 조희대 대법원장, 지귀연 부장판사 등 정치인 사건을 맡았던 법관들이 법왜곡죄로 고발당한 데 이어 강영권 전 에디슨모터스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사 등 개별 재판을 담당한 법관도 타깃이 됐다.
때문에 법관들의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다른 부장판사는 “고소·고발 위험으로 판결문이 짧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동료들과 많이 한다”며 “판결문 문장 하나하나가 법왜곡죄 고소의 빌미가 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의 의문을 해소해주기 위해 판결의 논증을 충분히 드러내기보다, ‘법을 왜곡했다’는 시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자세한 설명을 줄이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의 고질적인 문제인 ‘형사재판 기피’ 현상이 가속화될 거란 우려도 있다. 한 고법판사는 “그러지 않아도 업무 부담이 크고 ‘좌표 찍기’로 위협도 받는 실정인데, 고발 위험까지 있으니 누가 맡으려 하겠나”라고 했다. “극단적으로는 고발을 피하기 위해 사건 선고를 미루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부장판사)”는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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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돌리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사’ 우려
수사기관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검찰과 경찰의 송치 및 기소 판단은 곧바로 법왜곡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정치적이거나 예민한 사건을 맡으면 다들 인사 후에 처분이 나길 기다리며 ‘폭탄 돌리기’ 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공소시효 직전에 사건을 맡게 된 사람이 법왜곡죄에 걸리게 될 것”이라고 자조했다.
한 경찰 간부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치적 사건을 수사한 사람을 법왜곡죄로 수사하고, 그 수사관을 다시 법왜곡죄로 수사하는 식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소·고발이 이어질 것”이라며 “결국은 정치적으로 센 쪽이 이기는 것 아니겠나. 사법행정이 매우 경색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수사기관을 겨냥한 고소장도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자신을 기소한 민중기 특별검사를 법왜곡죄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날 말했다. 민 특검을 비롯해 내란특검, 순직해병특검 등 3 특검 수뇌부 26명과 오동운 공수처장, 이재승 차장은 이미 지난 16일 시민단체에 고발당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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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검찰·법원, 구성원 보호 고심
법원과 검찰에서는 법관과 검사들의 위축을 막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은 지난 16일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형사재판 보호·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TF가 꾸려지면 현재는 수사 단계에 한해 500만원 이하로 정해져 있는 소송 지원 예산 확충 등을 논의할 거로 보인다. 형사전문법관 도입, 형사부의 재판연구원 우선 배치 등도 거론된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를 포함한 공무원은 국가에서 들어준 책임보험을 통해 소송에 휘말렸을 때 민·형사상 지원을 받고 있다”며 “이런 지원 제도를 확대할지, 추가로 대책을 마련할지 등을 유관 부서에서 검토하고 있는 거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청도 조만간 ‘법왜곡죄 적용기준 및 접수 시 처리방안’ 지침을 마련할 방침이다. 관련 사건을 일선 경찰서가 아닌 시·도 경찰청이 직접 수사하고, 경찰이 법왜곡죄 고소·고발 대상이 될 상황에 대비해 수사 기록을 꼼꼼히 남기라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