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에 사업을 크게 하셨고, 아버지는 명문대 나와서 대기업 임원까지 하셨어요. 어머니는 아버지와 대학 동문이셨는데, 두 분이 금실이 좋아 자식 셋을 낳았죠, 저희 집안은 대대로…. "
첫 만남에서 이렇게 많은 정보를 쏟아내는 사람 믿을 만할까? 자신의 매력을 쉼 없이 어필하는 사람은 괜찮을까? 류재언 변호사(법무법인 어센던트율본)는 이런 경우, ‘사짜’일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만난 지 1~2시간 만에 자신의 모든 배경을 털어놓고, 상대를 혹하게 만들어 원하는 것을 얻는다는 것이다. 사기 고소장에 꼭 들어가는 사기꾼들의 ‘클리셰’ 수법이기도 하다.
경영권 분쟁 전문 로펌의 대표변호사인 류 변호사는 『협상 바이블』『대화의 밀도』를 쓴 협상·대화 전문가다. 협상은 테이블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시장에서 벌이는 가격 흥정부터 직장 내 업무 분장까지 매 시간 곳곳에서 벌어진다. 그런데 류 변호사는 “협상은 결국 사람으로 귀결된다”고 말한다. 무슨 뜻일까? 애초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거래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협상 속도가 빨라지고, 거래 비용도 줄어든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믿어야 할까, 사기꾼을 피할 방법은 없을까? 내 인생을 구할 ‘귀인’과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배신자’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더중앙플러스 ‘뉴스페어링’에서는 류 변호사에게 불신의 사회에서 생존하는 법을 물었다.
📌‘쎄한 느낌’은 과학, 이런 사람이 배신한다
Q :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소위 ‘뒤통수’를 맞는 경우가 있어요. 처음에는 믿을 만한 사람처럼 보였는데, 사실은 아니었던 것이죠.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은밀한 특징이 있을까요?
뒤통수는 말 그대로 배신인데, 배신은 기본적으로 신뢰를 전제로 합니다. 길 가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게 아니라, 면식범에게 당해요. 이런 사람들은 신뢰를 주기 위한 ‘성급한 행위’들을 먼저 합니다. 과잉 친밀감이나 과잉 칭찬이요. 특히 자기 정보를 빠르게 알립니다. 2시간 같이 있었는데 이 사람에 대해 모든 걸 다 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러면 ‘사짜’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희가 사기 고소장을 쓸 때, (사기꾼들은) 만나자마자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자신의 모든 배경을 다 말하면서 혹하는 마음이 들게 하거든요. 그러면 조심해야 합니다.
Q : 왜 자신의 정보를 많이 주는 걸까요?
쫓기는 거죠, 불안한 거죠. 본인을 못 믿을까봐, 본인의 실체가 드러날까봐. 성급하게 본인을 믿게 하려고 ‘신뢰를 쌓는 시간’을 생략하는 거예요. 또 배신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을 잘 못 믿어요. 계속 의심합니다. 자기도 계속 사람들 뒤통수를 쳐왔기 때문에 그동안 신뢰받았던 바도 없거든요. 신뢰 관계 안에서 일해본 적이 없는 것이죠. 세 번째는 평소에는 다 괜찮다고 이야기하다가, 자기가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는 구간에 접어들면 확 바뀌는 사람들이 있어요. 철저히 자기 중심적으로 플레이하는 사람을 조심해야 해요.
Q : 뭔가 좀 ‘쎄하다’는 느낌이 들면, 이상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쎄한 느낌’은 빅데이터죠. 내가 수십 년 살면서 쌓아온 데이터, 내 모든 세포들이 옐로 카드를 보내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 대부분 문제가 생깁니다.
Q : 그간 다양한 협상 파트너, 업무 파트너를 만나왔을 텐데, ‘이런 사람’과는 절대 거래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