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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진주만 때 왜 안 알렸나"…다카이치 순간 눈 커졌다

중앙일보

2026.03.19 13:46 2026.03.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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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도중 “일본 등 동맹국에 왜 이란 공격을 미리 말하지 않았느냐”는 한 일본 기자의 질문을 받고 “우리는 기습을 원했다. (일본은) 왜 진주만(공습)을 미리 말해주지 않았느냐”며 농담 섞인 답변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답변을 듣고 있던 다카이치 총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다소 당황하는 듯한 표정이 카메라에 잡혔다. 사진 백악관 유튜브 캡처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미ㆍ일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시작됐다. 이날 백악관에 도착한 파란색 정장 차림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악수를 하기 위해 오른손을 내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품에 와락 안기며 친밀감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지난달 집권 여당의 기록적 대승으로 마무리된 일본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다카이치 총리를 공개 지지한 점을 부각하며 “나는 그녀(다카이치)가 매우 훌륭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녀를 지지하게 돼 매우 자랑스럽고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를 두고 “매우 인기 있고 힘 있는 여성이다.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도 했다.



다카이치, ‘도널드’ 칭하며 친밀감 표시

다카이치 총리는 그런 트럼프 대통령을 ‘도널드’라 칭하며 “당신, 도널드만이 전 세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고 치켜세웠다. 다카이치 총리는 모두발언을 영어로 시작했다가 얼마 안 가 손을 들어 통역을 쓰겠다며 양해를 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라고 한 뒤 일본 측 통역 담당 인사를 가리키며 “훌륭한 통역사가 있다. 우리는 (아베) 신조 때부터 알던 사이”라고 반가움을 드러냈다.

이날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을 놓고 동맹국 압박 수위를 다시 끌어올린 가운데 열려 안팎의 이목이 집중됐다.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어느 정도 수위에서 파병을 요구하고 다카이치 총리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미국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 마고 마틴 언론보좌관이 19일(현지시간) 엑스(X)에 올린 영상 한 장면. 이날 워싱턴 DC 백악관에 도착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오른쪽)가 미리 기다리고 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포옹하며 친밀감을 표하고 있다. 사진 엑스(X) 캡처


트럼프 “日, 나토와는 달라”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 이후 이어진 현장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일본의 대(對)이란 전쟁 지원 수준에 만족하느냐”는 기자 물음에 “어제, 그제 우리에게 전달된 성명들을 바탕으로 볼 때 일본은 정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믿는다”며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 참여 요청에 영국ㆍ프랑스ㆍ독일 등 나토 주요국이 거절 의사를 밝힌 데 대해 거듭 실망감을 드러낸 동시에 일본을 향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기여를 압박하는 메시지로 풀이됐다.

계속된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거론하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는 일도 있었다. 미ㆍ일 양국의 돈독한 관계를 한껏 부각시킨 뒤 나온 아슬아슬한 장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말미에 “일본과 같은 아시아와 유럽 동맹국에 왜 이란 공격을 미리 말하지 않았느냐”는 한 일본 기자의 질문을 받고 “우리는 너무 많은 신호를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는 기습을 원했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日, 기습효과 가장 잘 알 것”…뼈있는 농담

이어 “기습에 대해 누가 일본보다 더 잘 알겠는가. 왜 나에게 진주만(공습)에 대해 미리 말하지 않았는가”라고 되물었다. 1941년 미국에 알리지 않고 진주만 공습을 감행한 일본이 기습 효과에 대해서는 더 잘 알 거라는 농담이었다. 순간 현장에 있던 백악관 관계자들과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당황하는 듯한 표정이 카메라에 잡혔다.

진주만 공습은 일본이 1941년 12월 7일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기습 공격해 미국인 2400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미국과 일본 간 태평양 전쟁의 시발점이자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참전을 결정하는 계기가 됐던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미ㆍ일 정상회담에 나온 다카이치 총리 면전에서 거론한 것이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수십년간 미국 대통령들은 일본의 진주만 공습에 대해 가혹하게 말하는 것을 피하면서 2차 대전 이후 변함없는 동맹인 일본과의 관계 강화에 주력해 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달랐다”고 보도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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