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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에너지 충격에…정부 8개월 만에 “경기 하방 위험”

중앙일보

2026.03.19 19:35 2026.03.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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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동 사태 확산으로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는 진단을 공식적으로 내놨다. ‘경기 하방 위험’을 언급했는데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다.

재정경제부는 20일 발간한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중동 상황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물가 상승, 민생 부담 증가, 경기 하방 위험 증대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린북은 정부의 공식 경기 판단을 담는 보고서로, 표지가 녹색이라 이같이 불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발간하는 베이지북(경기 동향 보고서)을 본떴다.
정부가 3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중동 사태 등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지난 11일 이란군의 공격을 받은 태국 선적 컨테이너선 마유리나리호. AFP=연합뉴스
정부는 2024년 12월 계엄 사태 이후 그린북에서 ‘경기 하방’ 표현을 사용해오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추가경정예산 효과 등으로 내수가 개선됐다며 지난해 8월 해당 표현을 삭제했다. 이후 경기 회복이란 진단만 해왔는데 중동 사태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다시 하방 리스크를 언급한 것이다.

지난 19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을 면담한 댄 카츠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도 “최근 중동 상황으로 에너지 가격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세계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세계 경제 성장 경로와 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오는 4월 발표하는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이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는 그린북에서 경기 회복 기조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소비 등 내수 개선과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로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면서다. 해당 판단은 지난해 11월 이후 다섯 달째 유지되고 있다.

올해 1월 소매판매는 내구재ㆍ준내구재ㆍ비내구재가 모두 늘며 전월 대비 2.3% 증가했다. 여기에 2월 카드 국내 승인액 역시 증가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내수 경기가 아직은 양호한 흐름이라고 정부는 진단했다. 경제 주체의 심리도 아직은 견조하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12.1로 전달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기준선(100)을 웃돌면 향후 경기 상황을 낙관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모두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전에 집계한 수치로 중동 변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중동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경기 하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가를 자극해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데다, 생산비용 상승과 수요 감소 등으로 생산 활동에도 영향을 준다. 정부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로 전망할 때 적용한 유가 기준은 배럴당 62달러 수준이다. 19일 두바이유는 배럴당 166.8달러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조성중 재경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란 전쟁이 경제성장률과 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하고 심화할지 예단하기 어려워 수치가 어떻게 변할지 언급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동 상황 영향 최소화를 위해 민생 안정과 경기 회복을 위한 추경을 신속히 편성하고,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중심으로 24시간 모니터링하겠다”며 “이상 징후 발생 시 즉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안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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