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68명을 숨지게 한 아파트 ‘웡 푹 코트’ 화재 사건이 총체적 인재라는 결론이 나왔다. 당국의 감시 소홀과 시공사의 비리가 겹치며 홍콩 사상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홍콩 매체들에 따르면 이번 화재 사건 조사를 맡은 독립조사위원회는 19일 첫 공청회에서 ‘6가지 인적 요인’을 지목하며 이같이 밝혔다.
위원회는 일단 공사 작업자의 담배꽁초에서 불이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 내렸다. 주민들이 작업자 흡연 모습을 촬영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고 현장 폐쇄회로(CCTV)에도 흡연 모습이 포착됐지만 구체적인 단속이나 제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이 확산한 이유로는 창문을 가리기 위해 사용한 스티로폼 덮개를 지목했다. 공사 과정에서 일어나는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했던 가연성 스티로폼이 화재를 키웠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또 가연성 물질로 만들어진 비계망도 참사가 커진 이유로 꼽았다. 사고 직후 이뤄진 초기 조사에서도 홍콩 당국은 “건물 외벽의 보호망과 일부 방수포, 스티로폼 덮개가 규정과 다른 인화성 자재임을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참사 당시 비활성화 상태였던 화재 경보 시스템과 비상 통로에 있어야 할 방화창이 제거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주민 대피가 늦어지고 화재가 빠르게 확산한 이유다. 여기에 무려 수개월 동안 잠겨 사용할 수 없었던 소방 호스까지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혔다.
이러한 요소에 감독 체계 붕괴가 더해지며 화재로 이어졌다는 것이 위원회의 조사 결과다. 특히 몇 차례 안전 점검 당시 사전에 당국의 점검 일정이 유출돼 시공사가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그물망을 일시적으로 교체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위원회 소속 수석 변호사인 빅터 도스는 “홍콩 노동 및 소방부처, 주택국 독립감사팀 등 관계 부처가 감독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사이 행정 공백과 시공사의 비리가 한몸이 됐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조사를 위해 CCTV 영상과 부동산 관리 문서 등 100만 건 이상 파일을 확보했다. 심리는 다음 달 2일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홍콩 신계(New Territory) 타이포구에서 일어난 ‘웡 푹 코트’ 화재로 인해 모두 168명이 숨지고 50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진화에 무려 43시간이 걸렸고 1948년 이후 홍콩에서 발생한 최악의 화재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