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검찰청을 대신하게 될 공소청 설치법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검찰개혁’의 3단계 중 2단계 작업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9월 처리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기존 검찰의 수사와 공소 제기·유지 기능을 각 중수청·공소청으로 분리하는 작업이었다면 공소청법·중수청법은 두 조직의 권한과 기능을 구체화한 법안이다. 민주당은 검찰개혁 3단계, 즉 형사소송법을 비롯한 관련법 개정을 통해 보완수사권·전건송치 등 핵심 쟁점을 매듭지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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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힘 빼려다 안전장치 끊어져”
공소청법은 검찰이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수사에 관여하거나 개입할 여지를 원천 차단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민주당은 정부 측 공소청법안·중수청법안에 대해 “검찰개혁 취지를 훼손한다”며 검찰의 수사권은 물론 경찰·특별사법경찰(특사경)·중수청 등 1차 수사기관을 통제·감독하는 권한까지 박탈했다. “검찰의 힘을 빼는 데에만 집중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형사절차의 적법성과 투명성을 지키기 위한 형사절차의 안전장치가 끊어졌다”(대검찰청 간부)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이날 공소청법 처리에 이어 21일 중수청법을 강행 처리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현행 검찰과 동일하게 공소청(현 대검찰청)과 광역공소청(고등검찰청), 지방공소청(지방검철청) 3단 구조로 운영된다. 공소청 소속 검사의 직무는 공소 제기 여부 결정과 유지, 영장 청구에 필요한 사항, 경찰과 협의·지원, 국가소송과 행정소송 수행 등이다.
검찰청법 제4조에 명시된 검사 직무인 ‘범죄 수사’와 ‘특사경 지휘·감독’은 모두 공소청법에서 삭제됐다.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당초 정부가 입법 예고한 공소법에는 담겨 있었지만, 민주당은 이를 삭제하며 “혹시 모를 공소청 검사의 수사 개입 다리를 끊었다”(지난 17일 정청래 대표 기자회견)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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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특사경, 수사 현장서 대혼란 예상
특사경은 금융·노동·환경·식품·보건 등 전문지식이 필요한 특수 분야에 한해 해당 분야를 관할하는 중앙행정기관·지자체 소속 공무원이 범죄를 단속하고 수사하는 제도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 등에 소속된 특사경은 지난해 기준 2만 1263명으로 이들은 대부분 수사 경험과 형사 절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반 행정직 공무원이다. 이 때문에 특사경은 범죄가 성립하는지를 따지는 기본적인 판단부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의 절차·방법까지 사실상 수사 개시부터 사건 송치에 이르기까지 검사의 지휘와 감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공소청법 입법 과정에서 정부와 검찰개혁추진단이 각 부처·지자체 소속 특사경을 상대로 의견을 조회한 결과 검사의 수사지휘가 유지돼야 한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대검찰청이 전국 특사경 운영책임자 65명과 개최한 회의에선 “수사 초기부터 전담 검사를 지정해달라” “신속한 의견 교환을 위해 특사경과 검사 간 핫라인을 구축해달라” 등 요청사항 대부분이 검사의 수사 지휘를 강화해달라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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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수사, 사건 암장 어떻게 막나
21일 처리 예정인 중수청법 역시 정부안 대비 검사의 권한이 대폭 축소됐다. 우선 중수청에서 수사를 개시할 경우 공소청에 의무적으로 사건 입건을 통보해야 하는 조항이 삭제됐다. 수사 과정에서 공소청 검사가 수사와 관련해 중수청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권한과 추가적인 범죄 사실이 발견될 경우 입건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빠졌다.
중수청은 공소청 송치 전까지 외부의 감독이나 통제를 받지 않고 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중수청이 유력 정치인이나 권력자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하거나, 사건 자체를 암장해도 이를 막아설 방법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검찰의 최소한의 수사 통제 장치마저 삭제해 버림으로써 경찰이 과잉 수사를 하거나 사건을 은폐해도 이를 막을 장치가 없다”며 “사실상 모든 수사 지휘 권한이 행안부 장관, 즉 정권의 손아귀에 들어가 모든 권력 비리 수사를 덮어버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중수청 수사대상인 부패·경제·방위산업·마약·내란·외환·사이버범죄 등은 기존 검찰이 상당수 범죄 수사를 담당한 분야다. 하지만 검찰 수사권 박탈로 이를 중수청과 경찰이 도맡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작 검사의 수사 능력이나 노하우를 중수청에 이식할 창구가 마련되지 않은 점 역시 지적되고 있다. 검찰청에서 수사 실무를 담당했던 검사와 수사관들 모두 중수청 수사관으로 임용되는 데 대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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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청 부칙, '강제 임용' 여지 남겼나
현직 부장검사는 “검사를 법률가라고 부르는 이유는 수사를 거쳐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재판에서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형사사법 통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 중수청으로 옮기는 것은 법률가에서 수사관이 된다는 의미인 만큼 직업 자체를 바꾸는 일”이라며 “검사들 중 수사 업무를 위해 중수청 근무를 희망하는 경우는 극소수일 것이고, 결국 검찰의 수사 능력과 노하우는 증발하며 국가의 범죄대응 역량이 급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들의 기피 현상으로 중수청의 인력 대부분은 경찰과 일부 검찰 수사관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이같은 점을 의식한 듯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막판에 검사와 검찰 공무원을 중수청 등 다른 수사기관에 임용할 수 있다는 부칙을 공소청법에 추가했다.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중수청 등 다른 국가기관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중 ‘의사를 존중한다’는 문구는 그 해석이 모호해 검사나 검찰 수사관을 강제로 중수청에 임용할 여지를 만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