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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터지면 금값 상승" 통념 깨졌다…'안전자산' 金 추락 이유

중앙일보

2026.03.20 00:39 2026.03.20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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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 달러 골드. 사진 셔터스톡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의 가격이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쟁이 나면 금값이 오른다는 통념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1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금 선물은 전장 대비 5.95% 내린 4605.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일주일 만에 10% 급락해 2020년 3월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은 선물도 이날 8.21% 하락한 71.215달러에 마감했다. 일주일간 16% 넘게 추락했다.

최근 금값 하락의 ‘방아쇠’는 중동발 유가 충격이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이 걸프 지역 핵심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가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이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를 키웠다. 여기에 지난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연내 금리 인하 기대도 옅어지면서 이자 수익을 챙길 수 없는 금의 매력이 떨어졌다.

중동 사태가 불러온 물류 차질의 영향도 적잖다. 금은 보안상의 이유로 주로 여객기 화물칸에 실려 운송된다. 그런데 전 세계 금 유통량의 20%가 지나가는 핵심 허브인 두바이에서 대부분 항공편 운항이 중단되면서 금의 비행길이 막힌 것이다. 세계금협회의 존 리드 수석 시장 전략가는 “중동발 항공편 운항 중단으로 금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희소성은 커졌는데 왜 가격이 오르지 않고 떨어질까. 블룸버그통신은 “구매자들이 높은 운송비와 보험료를 지불하기를 꺼리면서 신규 주문을 보류하고 있다”며 “그 결과 거래업자들은 런던의 국제 기준 가격 대비 온스당 최대 30달러까지 할인된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거래업자들이 무기한 보관료를 내는 대신, 두바이 내에서 싼값에 금을 팔아 치우고 있는 중이다. 금값을 더 가파르게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지난 16일 플라이두바이 항공기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두바이국제공항에 계류하고 있는 모습. 드론이 연료탱크를 타격한 뒤 연기가 치솟고 있으며, 이 여파로 항공편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 AP=연합뉴스

주식시장 급락의 후폭풍으로 금이 ‘현금 인출기’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수키 쿠퍼 글로벌 상품 리서치 책임자는 “최근 2년간 금·은 가격이 많이 오른 만큼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 폭락으로 인한 마진콜 등에 대응하기 위해 (금으로 번) 수익을 현금화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에너지 주식과 같이 새롭게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고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금 투자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지난 한 해 동안 금 상장지수펀드(ETF)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던 개인 투자자의 금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사기관 밴다트랙에 따르면 최근 6거래일 동안 개인은 대표 금 ETF인 SPDR 골드 셰어를 약 1050만 달러(약 15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최근 몇 년간 금이 ETF를 통해 손쉽게 거래되는 자산이 되면서 안전자산보다는 변동성이 큰 투기성 자산의 성격이 짙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저가 매수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로버트 고틀립 전 JP모건체이스 귀금속 트레이더는 “(금 가격은) 변동성이 너무 크다. 저점 매수는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변동성이 줄어들고 가격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추가 매도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장서윤([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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