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흥에서 발생한 A양(사망 당시 3세) 학대·암매장 사건으로 아동학대 조기발견 제도의 구멍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망 추정 시기인 2020년 2월 전후로 정부와 지자체는 6년 동안 A양의 학대·사망 사실을 몰랐다.
A양의 친모 김모(32)씨는 2020년 2월 A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의 남자친구 임모(30)씨는 김씨를 도와 사망한 A양의 시신을 안산시 단원구의 한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함께 조사를 받고 있다. 김씨와 임씨는 각각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19일 구속됐다.
A양의 죽음을 막거나 조기에 발견할 기회를 놓친 정황이 거듭 드러나고 있다. 김씨와 별거 중이던 A양의 친부는 2020년 2월 “친모가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나간다”며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학대 신고를 했지만, 기관은 경찰에 사건을 넘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서적 학대 정황은 인정하면서도 아이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김씨 등은 A양은 이 무렵 숨졌다고 경찰에 진술 중이다. 중앙일보의 확인 요청에 대해 해당 기관은 답변을 거부했다.
2021년 10월부터 3개월간 진행된 정부의 ‘만 3세 아동 전수조사’에서도 이상 징후를 파악하지 못했다. 담당 공무원은 그해 12월 김씨의 집을 방문해 김씨와 아이가 함께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특이사항 없음’이라고 기록했다. A양 사망 추정 시점이 2020년 2월인 점에 비춰보면 다른 아이를 대신 내세웠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다른 아이를 이용해 점검을 빠져나가더라도 이를 처벌할 규정이 없다. 정부의 위기 아동 선별 사업도 A양을 걸러내지 못했다.
초등학교 입학시 행정작업에서도 A양의 죽음은 포착되지 못했다. A양은 살아있었다면 2024학년도 입학 대상이었지만, 김씨는 “해외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관할 주민센터에 입학연기를 신청했다. 지난해 주민센터가 입학통지를 누락하면서 이상 징후 포착은 더 늦어졌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당시 입학통지서가 발부되지 않을 만한 사유가 있었는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예비소집일에 학교에 가지 않고, 학교 방문 약속을 잡았다. 김씨는 학교에 “아이 나이가 3학년 나이인데, 2학년으로 입학할 수 있느냐”고 문의해 “학업 수준 시험에 통과하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김씨는 올해 1월 5일 임씨의 8살 조카를 자신의 딸인 것처럼 학교에 데려갔다. 이 아동은 다른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임씨 조카였다. 김씨는 3월에도 이 아이를 데려가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했다. 더군다나 김씨는 딸이 숨진 이후에도 수년간 시흥시로부터 아동수당과 양육수당을 지급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원영이·정인이 사건 이후에도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며 “외관상 확인에 그칠 게 아니라 신원 검증까지 포함한 전면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원 확인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영유아는 지문 확인이 어렵고 개인정보 침해 논란도 있어 현실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