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위급 상황시 예비수급자의 동의 없이도 직권으로 공무원이 기초생활 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20일 오후 울산 울주군청에 방문해 울주군 일가족 사망 사건 관련 발생 경위와 지방자치단체의 조치 사항을 파악하고 개선 대책 마련을 위해 의견을 청취했다.
이번 사건은 지자체에서 기초생활보장 신청을 안내했으나,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제도 개선 사항을 면밀하게 살펴볼 계획이다.
현재도 지자체 공무원은 직권신청이 가능하나, 금융실명법 및 사회보장급여법에 따라 금융정보 제공 시 원칙적으로 본인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향후에는 공무원이 위기 징후 포착 시에 금융정보 제공에 대한 당사자 서면동의가 없어도 기초생활 보장급여를 직권신청 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공무원은 적극행정을 통해 면책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긴급복지지원 서비스 종료 후에도 위기가 지속되는 가구에 대해서 사례관리 및 민간기관 지원 등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연계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원 대상자가 복지급여를 신청해야 하는 ‘신청주의’의 한계에서 벗어나,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경우 공무원이 복지급여를 직권 신청 및 지급하여 지원 대상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포함한 직권 신청 절차를 전반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복지 신청주의 개선은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도 지적한 사항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8월 대통령실 주최 간담회에서 “신청주의는 매우 잔인한 제도 아닌가. 신청을 안 했다고 안 주니까 지원을 못 받아서 (사람이) 죽고 그러는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복지 지원금 대상자에게 자동으로 지급하도록 원칙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현장에서도 복지 신청주의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북희망나눔재단은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복지제도가 여전히 신청 중심, 경제 기준 중심에 머물러 있다”며 “복지는 기다리는 제도가 아니라 먼저 찾아가고 연결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신청주의를 보완해서 적극적인 직권 행정을 권장하는 것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다만 직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수급 경계선에 걸쳐있으면 지원이 어려울 수 있으니, 공무원의 재량권을 폭넓게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은경 장관은 “이번과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가 먼저 위기에 놓인 국민을 적극적으로 찾아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지자체 공무원이 위기를 파악하면 기초생활보장 직권 신청이 가능하도록 조치하고,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보다 근본인 대책으로 복지급여 신청주의 개선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