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창문에 매달려 ‘살려 달라’고 외치고, 일부는 불길을 피해 아래로 뛰어내리기도 했습니다.”
20일 오후 대전 대덕구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목격한 인근 공장 직원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불이 난 공장 바로 옆 공장에서 근무하는 한서현씨는 갑자기 화재가 발생하자 동료 직원들과 곧바로 외부로 대피했다고 했다. 화재가 발생한 자동차 부품 공장 2~3층에서는 미처 대피하지 못한 직원 10여 명이 창문을 열고 구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연기와 고열을 견디지 못한 일부 직원은 에어매트가 깔리기 전 아래로 뛰어내려 다리 골절 등의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옥상으로 대피한 직원은 도착한 사다리차를 타고 가까스로 구조됐다. 일부 직원들은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원의 도움을 받아 에어매트가 없던 상태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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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명 중경상…14명 연락 두절, 인명피해 커질 듯
화재 당시 공장 내부에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복귀한 직원들이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당시 약 170명이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후 4시30분 기준으로 직원 가운데 100여 명은 무사히 대피했고 55명(중상 26명, 경상 29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중상자는 불을 피해 뛰어내리거나 연기를 흡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설치한 응급진료소에서 이들은 상태를 확인한 뒤 충남대병원과 을지대병원, 건양대병원 등으로 분산 이송했다. 하지만 직원 14명은 아직 연락이 닿지 않고 있어 추가 인명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불이 난 공장 맞은편 회사에서 근무하는 임원 A씨는 “직원들이 구조를 요청하는 데도 화염 때문에 접근이 어려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아직 공장 안에 직원들이 있다는 데 더는 인명 피해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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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내 나트륨·건물 붕괴로 진화 어려움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 초기 공장 주변에서는 강한 북서풍이 불면서 불길이 순식간에 확산했다. 당국은 화재 직후 대응 2단계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지만, 공장 내부에 200㎏에 달하는 나트륨이 쌓여 있고 공장 건물이 붕괴하면서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나트륨은 물이 닿으면 폭발할 가능성이 높아 진화대원들은 공장 안으로 진입하지 않고 불이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불이 난 공장은 2개 동으로 통로로 연결돼 옆 건물로 옮겨붙었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최초 불이 난 건물은 전소한 상태다.
화재 발생 3시간이 지난 4시 30분에도 공장에서는 아직까지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고 산림청 소속 헬기가 수시로 오가며 물을 쏟아부었다. 소방차 등 100여 대의 장비가 연신 공장 내부로 물을 뿜었지만, 연기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경찰은 공장 인근 도로를 모두 통제, 차량과 공장 근로자들은 모두 대피했지만 일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진화 상황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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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공장 직원들 퇴근 못 하고 구조 지켜봐
남득우 대전대덕소방대장은 “조립식 건물로 연소 확대가 빠르고 붕괴 우려 때문에 진화에 어려움이 많다”며 “진화를 마치는 대로 내부 수색에 나설 예정이지만 언제쯤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