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 안동의 총명한 규수 권숙현은 이름난 가문의 자제 중 하나와 혼인해 쇠락한 집안을 일으키리라는 기대를 받는 처지. 한데 우연히 만난 남성 한석리가 건네준 '연잎 우의'에 큰 도움을 받고, 실용과 관찰에 뛰어난 그의 면모에 끌린다. 그사이 조선의 조정은 중국 명나라에서 온 사신의 횡포한 요구에 골머리를 앓게 된다. 권숙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한석리는 누구일까. 그가 추적하는 '반화요설' 문헌의 정체는 뭘까.
이런 궁금증을 불러내며 펼쳐지는 『세종의 나라』는 작가 김진명이 3년 만에 내놓은 새 장편 소설. 작가 특유의 상상력, 로맨스와 미스터리의 요소를 더한 이야기가 향하는 곳은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 과정이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은 소리를 보이는 글자로 만드는 혁명적 발상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오랜 고심, 조정의 중신들과 집현전 학사들의 거센 반대를 무릎 쓰는 의지와 의미를 부각하는데 방점이 실린다. 음운학에도 조예가 깊었던 세종의 면모와 함께 훈민정음 원리와 탄생의 의의를 새로이 돌아보게 한다.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지만 장영실이 외로운 세종의 소리글자 실험과 구상을 돕는 모습도 그려진다. 한편으로 극 중 중국에 대한 작가의 양가적 시선도 눈길을 끈다.